1987년 만석동~현재 강화도 경험 정리
▲ <꽃은 많을수록 좋다>
김중미
창비
384쪽, 1만4500원

200만부 넘게 읽힌 베스트셀러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인천 출신 작가 김중미가 첫 번째 감동에세이를 펴 냈다.

<꽃은 많을수록 좋다>(창비·384쪽)는 만석동에 들어간 뒤부터 지금까지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하며 겪었던, '하루하루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과도 같았던 그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쉽지 않지만 행복한 시간을 지내오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작가는 1987년 만석동에 들어와 기찻길옆아가방을 시작한 그 처음부터 1988년 기찻길옆공부방으로, 2001년 다시 기찻길옆작은학교로 바꾼 이야기,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이야기, 교육 이야기, 가난 이야기, 2001년부터 시작된 지금의 강화도 농촌 생활까지 가감 없이 펼쳐낸다.

그 속엔 가난을 스스로 선택한 이유, 공동체의 꿈,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 등 세상을 향한 메시지도 꼼꼼히 담고 있다. 꼼꼼한 그의 성격만큼이나 이 책의 문장 한 줄 한 줄은 오직 직접 경험하고 실천한 일들만 간추리고 있어 큰 울림을 전해준다.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통해 작가가 확신하게 된 것, 그래서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은 메시지는 간명하다. '함께 살아가는 삶이 더 행복하다. 그러니, 함께 가자.'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에 있는 빈민 지역의 다른 이름이다. 청년 김중미는 스물넷에 이 가난한 동네로 들어가, 공부방을 차리고 정착했다.

괭이부리말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보살피고 공동체적 삶을 가꾸며 산 지 10년이 되었을 때, 그간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다.

"아직도 그렇게 가난한 동네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김중미는 작가가 되었고, 괭이부리말은 이후 작가 김중미가 쏟아 낸 숱한 이야기의 산실로 자리하고 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그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위로를 주기 위해 강화의 시골로 이사해 새로운 공동체 삶을 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화와 만석동을 사흘이 멀다 하고 오가며 30여년을 살아왔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 그대로 책에 담아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그렇지만, 김중미 선생의 글을 읽을 때는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에 오염되지 않은 튼튼한 삶이 저기 있는데, 내 시선이 가닿는 저 끝과 나 사이는 얼마나 아득하게 먼가.

나는 저 삶을 키워 내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내내 글의 행간을 더듬는다.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슬기롭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한순간도 그치지 않고 실천하고, 그리고 또 무엇이 있는데, 말할 수 없다. 아, 말할 수 없다. 내 삶이 붙잡혀 있는 이쪽 언덕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평했다. 1만45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