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에 지갈지계(止渴之計)라는 것이 있다. 목마름을 그치게 한다는 `삼국지`에 나오는 말이다. 조조가 원소와 싸울때의 일이다. 크게 패하여 도주중인데 지친 병사들이 목이 말라 괴로워했다. 전투에서 진 것도 그렇거니와 목말라 야단이니 싸움하기는 당분간 힘들겠다고 조조는 생각한 나머지 한가지 꾀를 냈다.

 `여기서 얼마 가지 않으면 매화나무 숲이 있다`는 거짓말이었다. 매화라면 신맛을 상징하는 용어요 그말을 듣는 순간 군사들은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매화의 신맛을 생각하니 절로 침이 흘렀던 것이다. 그로 인해 간신히 목마름을 면했는데 그후 지갈지계는 임기응변의 대명사가 되었다.

 원산지가 중국의 남부인 매화나무는 이른 봄 잎보다 먼저 흰색이나 담홍색의 꽃을 피운다. 제주지방에서는 2월말이며 남해안에서는 3월초 중부지방에서는 3월말이나 4월초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겨울 추위가 채 가기 전에 눈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종류가 있는데 이것이 설중매이며 완상가들이 아낀다. 이를 두고 고려의 우국충신 이색은 이렇게 읊었다.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반가운 매화는 어느곳에 피었는고/석양에 홀로 서있어 갈곳 몰라 하노라"

 예로부터 매화는 난(蘭) 죽(竹) 국(菊)과 함께 사군자로 선비들이 알뜰하게 여겼다. 고고하고 은은한 향기가 꽃에서 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고목이 되어 죽은듯 몹시 뒤틀린 가지에서 되살아나듯 꽃을 피울 때 더욱 값을 치고 사랑한다.

 최근에는 도시 가정에서도 분재나 정원수로 더러 매화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기후여건상 제주도나 남부지방이 적당하다. 원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것 처럼 따듯한 지방의 나무여서 추위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부지방에서는 추운 계절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남부지방의 매화꽃 화신과 함께 봄소식이 활짝 피고 있다. 이때쯤의 섬진강 유역은 봄의 전령사-흐드러지는 매화로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마침 한 주가 시작되는 어제 낮 공원길에도 봄을 맞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