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식탁 통해 세상의 이면 조명
▲ <식탁 위의 세상>
켈시 티머먼
문희경 옮김
부키
392쪽, 1만6500원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

<식탁 위의 세상>(부키·392쪽)은 '음식'이란 렌즈로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 켈시 티머먼은 세계화된 옷장을 탐구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나는 어디에서 입는가>의 저자로 이번엔 '나는 어디에서 먹는가?'란 지리적 질문을 던지며 세계화된 식탁을 집요하게 파헤친 네 대륙 음식 탐사 르포다.

값싼 바나나와 예쁜 토마토를 먹을 수 있게 된 사연에서부터 음식 때문에 병들고, 죽고, 굶주리는 사람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진실을 채집, 총체적인 상을 제시하고 있다.

1967년, 마틴 루터 킹은 우주의 상호연결성에 대해 연설했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지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남미의 누군가가 따라준 커피이고 초콜릿은 서아프리카의 누군가가 건네준 초콜릿이며, 우리의 우주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화를 얻지 못할 거라는 우려였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더 복잡하고 유동적인 곳이 되었다. 세계는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졌고, 먹거리는 더 먼 곳에서 오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미국의 항구로 들어온 수입식품 화물이 600만 개였지만, 2012년에는 2400만 개로 늘어났다. 현재 미국은 수산물의 86퍼센트와 과일의 50퍼센트를 수입한다. 미국의 농산물 수입액은 점점 증가해 2010년 88조9000억원에 이르렀고 같은 해 한국의 농산물 수입액은 30조5000억원이 넘었다.

켈시 티머먼은 '나는 어디에서 먹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네 대륙을 탐사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기업은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콜롬비아 로스트'를 홍보하면서 해발 2km의 고산지대, 언제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화산지대에서 소중한 붉은 열매를 미식가의 완벽한 커피로 키우고 있다며 자사의 고집스러운 철학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저자가 만난 콜롬비아의 스타벅스 현지 협력업체에 따르면, 스타벅스 콜롬비아 로스트는 100% 콜롬비아산이 아니다. 콜롬비아에서는 단맛이 나는 아라비카만 재배되기 때문에 쓴맛이 나는 로부스타 커피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기호에 맞게' 혼합한다는 것이었다.

또 스타벅스는 '블랙 에이프런 익스클루시브'라는 고급스러운 이름과 높은 가격을 붙인 원두를 '깨끗한 물', '철저한 환경 보존 농법으로 재배'한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그 농장은 강에서 말 사체 썩는 것 같은 악취가 나고, 걸쭉한 물질이 잔뜩 떠다녔다. 이 폭로가 있기 전까지 스타벅스 관계자가 이 농장을 방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농약과 플랜테이션 농장, 저장과 유통 혁신 덕분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산지의 다양한 먹거리들을 싼값에 먹게 된 대신 우리 입으로 무엇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마시는 사과 주스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비소와 납이 검출되었고, 미국소아과학회는 아동의 소아암과 자폐증 등이 살충제 접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은행과 IMF는 카카오 가격 폭락으로 아이보리코스트가 경제 위기에 처하자 돈을 빌려주면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식량 대신 환금작물을 재배하고, 농부들에게 지원하던 최저가격제를 폐지하라는 거였다. 이제 농부들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다.

삶의 질은 카카오 가격에 따라 불안하게 요동쳤다. 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발생하는 잔혹한 역설 중 하나는, 더 많이 생산해야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과잉 공급으로 상품 가치가 더 떨어져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구조조정을 시행한 지 20년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자신들의 무지와 방관, 부패와 착취 조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음식이 우리에게 영양분을 주는 동시에 건강을 해치듯이, 먹거리 생산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안겨주는 동시에 희망과 기회를 앗아간다.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불구가 되고, 목숨을 잃는다. 우리의 음식을 재배하고, 잡아 올리는 사람들은 기업으로부터 일자리를 제공받지만 서서히 죽음을 몰고 오는 원인도 제공받는 것이다. 문희경 옮김, 1만65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