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인 작가 도서 2권 동시 출간


새 책 <만나다 맛나다>는 여행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한 가지, 바로 그곳의 독특한 음식에 관한 책이며 <열아홉 편의 겨울 여행과 한 편의 봄 여행>은 마음의 '봄'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읽어야 할 겨울 여행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이희인 작가는 이 책들의 출간을 3, 4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런데 공교롭게 동시출간을 하게 됐다.

"성장해가며 고향인 인천에 대해 많이 실망하고 부끄러워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과 근접한 까닭에 생긴 인천의 많은 특수한 점들이 성장기의 청년에겐 많은 환멸을 준 것이죠. 빼어난 자연 풍광도 없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문화유산도 없으며, 현대사를 제외하곤 역사에도 이렇다 할 기록을 갖지 못한 도시가 내 고향 인천이 아닌가, 하고요."

<열아홉 편의 겨울 여행과 한 편의 봄 여행>(나는북·412쪽)과 <만나다 맛나다>(유진퍼스콤·406쪽)를 동시에 펴 낸 '인천사람' 이희인(사진)씨는 고향에 대한 조금은 부정적인 시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오기 마련인 듯합니다. 제가 자란 곳은 동인천과 제물포 사이에 걸쳐 있는 송림동으로, 인천 구도심(원도심)의 복판에 있는 곳입니다. 배다리를 비롯해, 인천제철, 화수부두, 하인천과 자유공원, 신포동 등을 돌아다니며 겪은 추억들은 묘한 분위기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부근에서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나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같은 명작들이 탄생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국민드라마로 각광받은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서울 쌍문동이 곧 제가 자란 인천 송림동이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소설들, 그 드라마들에서 제 유년과 소년의 풍경을 보았지요. 지금도 인천에 자주 내려와 구도심을 걷고 느끼고 사진에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풍경을 그 지역에서 다시 만나곤 합니다."

▲ <만나다 맛나다>
유진퍼스콤, 406쪽

작가는 <열아홉…>을 통해 근래 많이 가벼워지는 여행문화에 대해 일종의 문제제기를 의도했다고 말한다.

"여행에 뜻을 세운 저로서는 진정한 여행이란 결코 돈과 시간의 넉넉함만으로는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떠나는 그만그만한 여행에는 제대로 된 감동과 교훈이 있을 수 없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가는 "여행도 창의적이어야 하고 상상력이 밑받침돼야 한다"며 "남들과 똑같은 여행을 별 생각없이 치른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무한한 경험과 감동, 지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지, 여행을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여행을 '창조'와 '생산'의 경험으로, 삶의 학교로 삼고자 한다면 여행의 방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방법을 소개한 책이 바로 <열아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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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국토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시베리아, 북유럽, 남미 등의 겨울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와 남들이 비교적 즐겨 하지 않는 여행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여행들은 제가 지난 4, 5년간 겨울에 떠난 여행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땅도 찾아갔고, 4, 5m씩 눈이 쌓인 곳도 찾아갔습니다. 어렵게 떠나 힘들게 다닌 곳이 많아서인지 책이 나오고 보니 스스로 뭔가 대단한 숙제를 끝낸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성수기에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유명 여행지들로 모두 모여드는 여행은 정말이지 모든 면에서 최악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여행에 대한 환멸과 함께 진정한 여행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혼자 떠나는 사색과 고독의 겨울 여행을 통해서 말이다.

<만나다 맛나다>는 여행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한 가지, 바로 그곳의 독특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 수록된 49편의 미각여행은 그러나 그곳에선 그것을 먹어야 한다는 식의 음식 소개, 특정한 맛집 소개는 아니다. 흔한 여행지 맛집 가이드에서 벗어나, 음식을 통해 그 땅의 자연, 역사, 문화를 다시 한 번 조명한다.

저자에게 '음식'은 그 지역 자연, 역사, 문화의 고갱이를 흡수하는 중요한 체험이다. 욕망과 허영을 채우는 것이 아닌 내일의 여행을 위한 에너지원이고,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직접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매개체인 것이다.

이 책은 여행지를 대표하는 음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음식으로 표현되는 이 시대의 문화를, 역사 속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생성 변화 발전을 거듭해온 그 음식의 계보를 저자 나름의 방식으로 유추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아내가 밥상을 통해 저자에게 주었던 소중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앞으로 고향 인천과 관련한 책을 펴 내고 싶다고 했다.

"인천에서 성장한 경험을 소설과 시로 녹여내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건 인천항에서 떠나는 대련과 단동, 천진과 청도, 위해 등의 뱃길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인천 구도심에 대한 사진촬영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 나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천, 고향의 풍광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