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구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이들이 숲놀이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계양 해맑은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즐기고 있다.
▲ 김장 담그는 아이들


인천 마을공동체 131곳 중 유독 눈에 띄는 공동체가 있다. 이들의 중심은 바로 '아이'다.부평구 마을공동체는 생태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공동체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또 계양구 해맑은 공동육아 협동조합은 모든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함께 돌본다.

▲부평구 마을공동체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학교·학원서 벗어나 자연과 소통
숲·생태놀이로 이웃간 행복 만끽


인천 부평구 원적산에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아이가 엄마와 숲놀이를 하며 교감을 나눈다. 강아지풀로 간지럼을 태우고, 맑은 공기와 산새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어색함도 잠시. 잊고 지냈던 이웃사촌간의 끈끈한 정이 따뜻한 차 한잔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2014년도에 첫 걸음을 내딘 인천 부평구 마을공동체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는 놀이로 세대간 벽을 허물고 더불어 사는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생태놀이와 숲놀이, 동네놀이터에서 주로 전래놀이를 한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읖조리다 보면 어느새 동네 놀이터가 시끌벅적하다.뱅글뱅글 달팽이놀이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만점이다. 공수가 만나 가위바위보를 할 때에는 긴장감마저 맴돈다. 차례를 기다리고 순서를 익히는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작은 사회를 배운다.

학교와 학원,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꽉찬 일상에서 벗어나 흙을 만지며 자연과 소통한다. "엄마! 애벌레가 깨어났어요!" 굴포천에서 진행한 생태놀이에는 곳곳에서 '우와'라는 감탄사로 가득하다.

느티나무잎에 거위벌레가 잎을 돌돌 말아 낳은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고, 단오날에는 장명루의 유래를 들으며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장명루를 고사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어른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숲치유교실을 찾는다. 숲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나만의 꽃팔찌를 만들고, 절기에 맞는 풀들을 관찰하며 나무줄기를 이용해 찻잔을 꾸민다.

동네 곳곳에 숨겨진 보석들을 찾고, 그 보다 더 귀한 이웃간의 정과 추억을 쌓고 있다. 공동체가 주는 행복을 만끽한다.

▲계양 해맑은 공동육아 협동조합 '모두가 우리 아이'

▲ 계양 해맑은 공동육아 협동조합 '생일잔치'

조합원 보육주체돼 어린이집 운영
한 울타리 교육 … 공동체 의식 강화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간. 마음 편히 아이를 돌보고 행복하게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부모가 모여 지난 1998년 3월 개원한 해맑은 공동육아 어린이집.

이 곳은 이름처럼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일반 어린이집이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아이를 맡기는 형태였다면, 여기에서는 조합원이 보육 주체가 돼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선생님은 과꽃이 어울려, 선생님은 자두!'

해맑은 어린이집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아이와 부모 모두 눈높이에 맞춰 말을 주고 받는다는 점이다. 아이가 선생님을 엄마처럼 편하게 생각하며 수평적인 관계를 느끼게 만들고자 착안한 아이디어다. 과꽃과 자두는 아이들이 지은 애칭이다. 어린이집 운영만 20여년 째. 공동육아의 장점을 몸으로 느낀 부모들은 공동 방과 후 학교도 꾸렸다.

수학과 영어를 배우는 곳이 아닌 학업에 지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부모들도 공동 육아로 새로운 삶을 산다. 보고 싶을 땐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고, 공동 육아를 통해 또 다른 자녀도 얻는다.

현재 이들은 한 울타리에서 아이들을 공동체 의식이 강한 아이로 키워 또 다른 공동체 형성을 꿈꾸고 있다.

▲ 김충기 인천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 김충기 인천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호미들고 텃밭 일구며 공동체 소중함 깨달아"
2007년 설립 1만여명 활동 중
농업체험 신청 어린이집 증가

"이래 봬도 농부랍니다. 호미를 들고 텃밭을 일구다 보면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돼죠."

김충기(38·사진) 인천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시간 날 때마다 텃밭으로 향한다.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환경과 공동체 복원,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여러 가치들이 발생한다"며 "자연스레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함께 농사를 짓는 사람끼리 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설립한 도시농업네트워크에는 일반 회원과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등 1만여명이 활동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농업 체험을 신청하는 어린이집이 부쩍 늘었다.

아이들에게 '콩 심은 곳에 콩이 난다'라는 말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텃밭에 감자나 콩을 심고 직접 키우며 자연스레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운다.

김 대표 기억에 가장 남는 일은 장애인과 함께 한 농사짓기다. "장애인단체와 연계했던 텃밭가꾸기 체험이 있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분들 높이에 맞게 텃밭을 가꾸고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기쁨을 느끼셨다고 하더라고요. 몸은 불편하지만 자신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도시 농부라고 불리는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농사의 매력,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살리고 사람들과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입니다"라며 "여러분도 집 옥상과 베란다에 상추, 고추부터 심어보세요.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가치와 미래 희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