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조계종출판사·312쪽 )는 불교 경전 속 여성 수행자의 삶을 얘기한 책이다. 경전에 기록돼 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불교 여성 수행자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동안 붓다를 만난 인물을 조명한 도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여성 인물만을 다룬 도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세속에 머물며 붓다의 가르침을 따른 여성의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한 채 기록에만 남겨져 있었다.

이 책은 초기경전과 주석서 등의 불교 문헌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 중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구도의 길을 간 열여덟 명의 뛰어난 재가 여성 수행자를 재조명한다. 부정적인 여성관이 지배적이었던 당시 인도 사회에서 그녀들이 어떤 계기로 자기 삶을 돌아보고, 어떤 인연으로 위대한 스승을 만났으며, 어떤 방식으로 구도의 길을 걸었는지를 살펴본다.

붓다 재세 당시 인도는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이면서 엄격한 카스트 제도가 있는 신분제 사회였다. 그 속에서 여성은 아무리 신분이 높아도 아버지, 남편, 아들과 같은 남성에게 종속된 '불완전하고 미성숙하고 오염 투성이'인 존재로 인식됐다.

그러나 붓다는 여성을 교단으로 받아들여 남성과 동등하게 출가를 허용했으며, 재가 여성에게도 자상하게 가르침을 전했다. 여기에는 여성 역시 수행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 여성이 남성보다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초기경전과 주석서 속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은 백여 명. 그중 이 책에 담긴 열여덟 명의 여성은 뛰어난 수행으로 붓다의 칭송을 받았다.

'교단의 어머니'라 불릴 정도로 교단 발전에 헌신적이면서 여성 불자들의 리더 역할을 한 위사카, 평등심과 자매애를 몸소 실천한 사마와띠, 자신의 장애와 신분을 극복하고 붓다의 가르침을 널리 편 쿳줏따라 등은 가정에 속한 아내이자 며느리,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딸이지만 남성 못지않은, 때로는 남성보다 뛰어난 수행자의 면모를 보여 준다.

이들의 뛰어난 면모는 여성을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라고 여기던 기존의 편견과 주장에 반박하고 '치마불교', '기복불교'로 치부되던 여성의 신행과 수행에 대해 재평가하여 '모든 인간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여러 해 동안 초기경전에 관심을 가지고 살폈던 이미령, 옥복연 두 저자는 여성이 태생적으로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그렇게 여겨지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의 이웃종교,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여성이 어떻게 부족한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는지를 비교, 서술한다. 그래서 남성중심사회의 전통이나 관습 등으로 인해 붓다가 말한 진정한 의미의 평등과 생명 존중의 사상은 사라지게 됐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여성의 역할은 제한되며 뛰어난 여성은 타자 혹은 주변인으로 소외되거나 배제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