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어금이라는 지명이 있었다. 이것을 한자로 억지 표기하느라 遠又今(원우금)이라고도 했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이 멀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고 했다. 지금의 옥련동으로 해서 동춘동에 이르는 송도의 해안 일대이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종점에서 경인방송국을 지나 아암도를 비켜가는 해안도로변이라고 여기면 비슷하게 맞는다.

 먼어금만 아니라 이곳 일대에는 잊혀져가는 옛 지명도 많다. 지금은 아파트들이 들어서 가능하지 않으나 더러 노인들에게는 귀에 익은 이름들이다. 우선 능허대 주변만 해도 그러하다. 한진이니 한나루니 하여 곧 큰나루였으니 백제시대 중국으로 향하던 뱃터였음을 입증하는 땅 이름이라 할만하다.

 그곳의 크고 작은 마을 이름을 열거하면 이러하다. 지금의 송도고등학교 언저리는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녘마을이요 그 아래로 H아파트가 좌정한 곳이 독배마을이었다. 그리고 능허대 뒤의 늙은 소나무 몇그루와 백사장이 있던 곳이 그 시절 누가 소를 놓아 먹였던지 소두덕이요 그 위가 양지말 송도역 인근 골짜기는 옥골이었다.

 그런가하면 반대의 위치인 동양화학에서 송도고교로 올라서는 우편의 저지대 즉 동양화학 아파트가 자리한 곳이 점말인데 바닷물이 드나들던 백사장에 죽은 당나귀들을 내다 버렸었다. 그곳에서 송도역으로 향하는 홍어횟집이 밀집한 일대를 지나면 조개고개였다. 그리고 지난날 채석장이 있던 지금의 돌산 끝부리 번개휴양소로 불리우던 곳이 독백부리이다. 그곳은 예전 어린이들의 소풍길이었다. 죽은 당나귀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모래사장을 지나 그곳에 이르렀는데 귀로에 다소 늦어져 바닷물이 밀면 길을 잃고 당황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채석장이 되어 산이 반이나 깎여 나가고 지금은 볼썽 사나운 폐허로 방치되어 있는데 최근 모 교수에 의해 암벽등반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관할구청은 원래 대로 석재 채취와 아파트 건설 등을 곧 착수하리라 한단다. 공원이든 아파트든 주변정리가 급하다. 흉물스런 몰골을 마냥 버려둘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