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례로 되짚어 보는 '다툼의 진면목'
이미숙 계수중학교 교사
▲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 차병직 저 낮은산 208쪽, 1만3500원

IS의 파리 도심 연쇄 테러와 서방 국가의 시리아 폭격, 한중일 과거사 문제, 국제환율 문제, 복지예산 편성다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 층간소음, 쓰레기 투기, 아파트 재개발로 빚어진 이웃 간의 다툼, 재산과 관련한 가족 싸움, 학교 폭력문제….

아침에 눈을 뜨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를 본다.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루도 싸움이 없는 날이 없다. 머리가 아파 뉴스를 보기 싫다고도 한다.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싸움 외에 보이지 않는 싸움, 은폐된 싸움까지 생각한다면, 인간의 삶과 이 세계가 싸움이자 싸움터라고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개인으로 국한해 보아도 각자는 태어난 순간부터 싸움의 무대 위로 떠밀려 평생을 싸우는 존재로 살아간다.

우리는 평생 싸움의 무대에서 주연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싸움에 대한 책 한 권쯤은 읽어야 한다. 사람이 싸우는 다양한 이유, 싸워야 할 싸움의 판단과 선택, 어떻게 싸우느냐에 이어, 싸움이 끝난 뒤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고찰한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는 싸움의 진면목을 성찰하게 한다.

이 책은 먼저, 싸움에 대해 일상의 다반사로 치부하는 체념적인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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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숙 계수중학교 교사
신경숙의 '외딴방' 장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어 마땅히 분노할 만한 일에 대해서 분노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며, '생명권,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재산권, 명예권 이 가운데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자기 인격에 대한 무시라고 판단하며 수치심을 느끼고 분노한다. 그런데 수치를 당하고도 저항을 회피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도덕적 자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굵직한 역사적 사례들을 들어 싸움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하나하나 증명해 간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위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싸워 이기는 것이 진리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저절로 찾아오는 변화는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할퀴지 않는다. 하지만 싸움을 통해 맞는 변화는 다르다.

그것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싸움의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상처를 주고 또 받는다"라는 싸움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었던, 싸우지 않고 이겼던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승자의 관용과 패자의 자존을 언급한다. 재판의 결과를 지켜본 변호사로서의 조언이다. "승자는 자신의 실력 때문에 이겼다고 볼 수 있으나, 실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긴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패자가 졌기 때문에 이긴 것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승리의 결과에 자신의 능력이 작용한 부분이 크지만, 진 사람들 덕을 본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겨 얻는 이익은 전부가 승자의 것이 아니다. 그중 일부는 진 사람의 몫이다."

이 세상에는 온갖 생각이 있다. 사람 수마다 생각이 다르고 생각할 때마다 생각이 다르다. 이 생각의 다름이 싸움이며, 싸움은 가장 치열한 소통방식의 하나다. 싸울 수밖에 없다면 싸움에 대해 생각하며 싸우는 것이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감소시켜 줄 것이다.

'싸움과 평화, 어느 것이 비정상일까? 싸움의 근본적 원인과 구체적 원인은 무엇인가? 싸워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싸움이 문제를 해결하는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은 무엇인가? 완벽한 진실은 있는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와 같은 매력적인 질문에 끝없이 사고하고 되묻는 사고 실험의 모험으로 대답하는 변호사 차병직의 생각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