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6색 '인천 공간' 이야기

인천은 개항과 경제개발의 근대사 속에 질곡의 역사를 겪어온 곳이다. 다른 그 어느 도시보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인천. 이 거대한 도시는 무수한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지만 인천이란 공간을 다룬 소설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인천에 사는 6인의 여성작가가 인천이란 공간을 이야기했다. 김진초, 이목연, 양진채, 구자인혜, 신미송, 정이수 소설가가 인천을 배경으로 하는 9편의 단편소설을 작품집으로 묶었다. 공간 속에 묻어있는 흔적들, 숨은 이야기, 삶의 불씨들을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피워낸 것이다.

이 작품집은 인천이 '2015년 세계 유네스코 지정 책의 수도'로 지정되면서 지원을 받아 인천을 알려나가는 일환으로 발간한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인천의 부두, 신포동, 백운역 주변의 다다구미, 송도 신도시, 자월도, 강화 고려산, 효성동 2번 종점, 십정동 여우재길, 쓰레기매립지 등 삶과 밀접한 공간이 등장한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소설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양진채의 '검은 설탕의 시간'은 부두노동자였던 아버지의 밑바닥 삶과 그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을 찾아 나선 나 역시 부두에 정박하지 못한 배와 닮아 있다. 김진초의 '너의 중력'은 이 세상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떠 있는 인간군상을 통해 무중력의 공간으로 신포동을 탈바꿈 시킨다.

이목연의 '거기, 다다구미'는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백운역 주변의 다다구미를 통해 전쟁과 미군부대, 그 주변에서 기생해야 했던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정이수의 '2번 종점'은 2번 버스의 종점인 효성동 끝자락에 사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버스의 차고지조차 없이 되돌아나가는 하는 2번 버스 종점처럼 삶도 부유한다.

신미송의 '서킷이 열리면'은 송도 신도시에 사는 이들의 욕망과 소외된 이의 삶을 도심 자동차 경주를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구자인혜의 '은합이 열리면'은 강화 고려산 아래 천은사의 사리 발굴과정을 통해 있음과 없음을 근원적으로 되묻고 있다. 인천의 섬 자월도, 수도권의 쓰레기배립지, 십정동의 여우재로 역시 소설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환기하고 있다.

인천은 개항 이후 많은 부침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바다와 섬, 공항을 끼고 있어 정주하지 못하는 공간으로서의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또한 하루하루를 노동으로 버텨야 하는 고향을 버린 이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곳 또한 인천이다. 이러한 인천을 소설을 통해 재조명한 이 소설집은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후명 소설가는 표사를 통해 "그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한 독도법(讀圖法)이 되어 나를 이끈다. 동경하던 그곳에 살고 있는 그녀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인천이란 곳에 어떻게 아직도 여전히 내 꿈이 살아 있는지, 그녀들은 또 하나의 세상을 내게 알려준다. 이 소설들을 읽고, 나는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이며 또한 앞으로도 같은 꿈을 꿀 사람임을 확인하는 절차 앞에 선다"라고 말했다.

문광영 인천문협회장이자 평론가는 "구체적 삶의 장소가 허구의 소설공간을 만나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는 것. 여기 아홉 편 작품 속에 녹아있는 치열한 삶의 편린과 지역을 사랑하는 이야기들은 우리 인천인들의 자화상이고, 인천 정신의 혼불이다. 이제 미래사회는 이야기와 상상력의 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로 넘어갈 것인 바, 이러한 지역 소설의 발전은 지역인의 정체성과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지역발전의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