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확충, 시설의 현대화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도 드물 것이다.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 노쇠한 연령층과 그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들도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서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사회의 부담 그리고 정부의 지원 등이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매듭지을 수가 없다. 지금처럼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천적십자병원 신축계획이 재원부족으로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보도(인천일보 2일자)는 그래서 특히 관심을 끈다. 경제성장과 함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욕구는 증가하고 있는데도 적십자병원의 경우 후진국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얘기다. 보도에 의하면 현재 진료실로 사용하고 있는 본관만 신축건물일 뿐 입원병동은 수십년된 노후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다기에 하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98년 하루 평균 400여명이 넘던 외래환자는 현재 200여명으로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적십자병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다. 병실이 너무 낡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건물에 균열이 보이는 등 병실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적절하다고 입원 환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우선 입원실을 현대화하고 진료체계를 강화했으면 한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리 인력과 낮은 예산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고는 하나 언제까지 시민건강과 직결되는 적십자병원 문제를 이렇듯 장기간 넘길 수는 없다. 도대체 입원실이 이 모양인데 소리높이 외치는 삶의 질 향상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적십자측은 한시라도 빨리 단안을 내려야 한다.

 다행히 신축예산을 일부 확보했다고 하니 이를 토대로 관계자들이 무릎을 맞대고 협력해 나가면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편의시설 없는 신공항신도시

 개항을 불과 50여일밖에 남겨놓지 않은 인천국제공항 신도시에 이렇다할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지않아 적지않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는 보도다. 학교와 동사무소는 물론 버스노선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은데다 의료기관 및 은행, 우체국, 쓰레기처리 등 실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이 전무한 상태여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입주자체를 꺼리는 등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후가 뒤바뀐 느낌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중구 영종출장소와 영종우체국, 신공항파출소 등 관계기관들은 최근 공항신도시 주민 입주에 따른 대책회의를 갖는 등 입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영종출장소는 입주민들의 전입신고 등 구행정과 관련된 각종 민원해결을 위해 주공관리사무실에 임시 현장민원실을 설치하는 한편 전입신고하려는 입주민들에게 편의제공을 위해 공항신도시에서 영종출장소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임시대책을 수립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체국, 금융기관, 교육 등 다른 기관들도 신도시내 별도의 청사가 마련될 때까지 공항시설내에 있는 관련시설 이용 및 직원들의 파견근무, 대중교통수단의 노선연장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관계기관의 이같은 임시대책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의 근원적인 불편은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공항신도시내에는 현재 한국전기통신공사 건물 신축공사만이 이뤄지고 있을뿐 학교, 동사무소, 우체국, 은행 등 다른 행정서비스 기관들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어 주민들에 대한 본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앞으로 2~3년은 더 걸려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입주민들은 이 기간 동안은 어쩔수 없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물론 신공항시설은 국가 기간 산업인 만큼 예정대로 개항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공항개항만큼 배후지원단지의 주민생활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기반시설이 전혀 조성되지 않은 상태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시킬 수 있는 관계기관의 종합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