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들어야 할 청소년들의 솔직한 이야기
▲ <저요, 할 말 있습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시대의창

우리는 종종 아무 생각 없이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연령대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 그냥 학생이라고 부른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또 고등학교 진학률이 거의 100%에 가까운 우리의 현실에서 그 또래의 아이들을 다 학생으로 통칭하고 있다.

사실 정확한 표현은 청소년이 맞다. 비록 그 숫자가 적다할지라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존재하고 있고, 학생이란 단어 속에는 이미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라는 인식이 전제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청소년이란 푸르스름한 빛깔의 그 단어를 쓰고자 한다.

평상시 수업 시간에 청소년들은 그다지 말이 많지 않다. 특히 발표라도 시키려고 하면 청소년들의 말수는 더욱 줄어들게 되고 행여나 내 눈과 마주칠까 시선을 외면하기 바쁘다. 그렇게 소극적일 수가 없다. 이런 청소년들이 180도 돌변할 때가 있다. 바로 자신들의 쌓였던 불만을 터트릴 때이다. 봇물처럼 여기저기서 터지는 그들의 불만을 듣다 보면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 그리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 이성희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관
청소년들의 불만은 거의 비슷하다. 두발 규제, 용의복장 단속, 차별, 급식, 매점 등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과도한 규제나 생활상의 불편 등에 관한 것들이 많다. 가끔은 억지스럽다 싶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청소년들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싶은 것들이다.

청소년들의 얘기를 듣고 교사로서 객관적이고자 노력을 한다. 짐짓 학교 측의 입장에 서서 나름대로 기성세대를 변호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으로 더욱 들어가다 보면 말문이 막히게 된다. 내 논리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사실 내 생각 자체가 청소년들의 생각에 더욱 가까운 탓이 더 크다. 아직 어른이 되기엔 내가 덜 성숙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청소년들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더 나아가 사회에서도 이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좀 더 심하게 얘기한다면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저당 잡힌 지 오래이다. 오직'대학입시'라는 절체절명의 목표와'미성숙한 존재'라는 사회적 굴레 속에 온갖 통제와 의무만이 강요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모든 구속과 억압, 통제를 감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저요, 할 말 있습니다』는 청소년을 위한 언론으로 출범한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기자들이 2년간 발로 뛰며 취재한 대한민국 청소년 보고서이다. 이 책의 장점은 생생하게 우리의 교육현실을 재현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바르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교사들이 읽기에 조금 불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청소년들의 가장 큰 적이자 우군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때론 아픔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실은 아름다운 것이다. 교사들과 학부모님들이 함께 읽었으면 한다. 진실한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는 과정은 청소년들의 삶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서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다가오는 11월3일은 '학생의 날'이다. 정확한 명칭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다. 외국에서는 '학생의 날'을 기념하여 다양한 축제를 여는 나라도 있다. 우리는 어린이날, 스승의 날,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축하를 해주거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교사로, 어른으로서 받았던 그 날의 감동, 그 고마움 우리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고스란히 전해주었으면 한다.

『저요, 할 말 있습니다.』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는 전대원의『나의 권리를 말한다』,고은 등의『대한민국 청소년에게』, 배경내의『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김해원의『열일곱 살의 털』, 국가인권위원회의 『십시일반』등이 있다. /이성희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