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기상학적으로 3월부터 5월까지이며 천문학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까지이다. 그리고 절기상으로는 입춘부터 입하까지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양력으로 2월이면 봄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도 음력으로 정월이면 맹춘 이월은 중춘 삼월은 모춘이라고 했다. 풀이하면 초봄이요 봄의 한창이거나 봄이 기울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입춘 전후라도 이름만 봄일뿐 아직도 추위는 그대로이다.

 그렇더라도 봄의 양광은 숨길 수 없는 것-쌓인 눈속에서도 새움이 트고 얼음을 녹이며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설날과 정월대보름으로 인해 곳곳에서 봄맞이 잔치가 벌어진다. 이를테면 지신밟기 줄다리기 윷놀이 대회 따위이다. 지신밟기란 일단의 농악패들이 집집을 돌며 지신을 위로하면 집주인이 술대접을 하고 돈이나 곡식을 내준다. 줄다리기는 벼농사권의 풍농을 비는 민속으로서 남녀로 나누어 한다.

 하긴 어느 민족이고 봄을 맞는 설렘은 유난스럽다. 긴 겨울 모진 추위속에 움츠려 지내다 봄을 맞으면서 소생하는 환희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 있어서의 봄맞이는 더욱 감격적이다. 긴 세월 절망속에 지내다 봄이 왔다고 느껴질 무렵 갖가지 축제가 벌어지고 봄노래가 불려진다. 이같은 봄의 감격을 뉴욕시민들은 푸른빛으로 물드는 수목에서가 아니라 프로야구의 시즌 오픈에서 느낀다. 개막전의 시구식을 보기 위해 수백만의 시민이 구장으로 몰려간다고 앨빈 토풀러는 기술하고 있다.

 한편 봄이면 생각나는 것이 멀리 떨어져 있는 벗이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춘일회이백"이다. 두보와 이백은 산동성에서 함께 산수를 유람 시를 지으면서 각별한 우정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장안으로 돌아온 두보가 이백을 그리며 쓴 시가 "이백의 시 당할 사람 없고/표연한 시상 뭇사람이 따르지 못하네"로 시작하는 "백야시무적 표연사불군(白也詩無敵 飄然思不群)"이다.

 때마침 어제 입춘날 대낮의 기온이 영상5도를 보이면서 오래도록 쌓였던 얼음판을 녹여냈다. 그러나 아직 성급하달까. 타골의 시를 읊어 본다. "오너라 나의 봄아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