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 넘쳐나는 요즘, 할머니가 가져오신 한 장의 보자기로 무얼 하고 놀 수 있을까.

화가 윤보원의 첫 번째 창작그림책인 <분홍 보자기>는 실제로 딸아이가 네다섯 살 무렵에 할머니가 가져오신 보자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림책으로 담아낸 책이다.

아이는 보자기 한 장으로 하루 종일 신나는 상상놀이를 한다. 값싸고 흔한 보자기가 아이의 상상 속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드레스가 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양탄자로도 변한다. 높은 파도에 끄떡없는 함선이 되는 등 아이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상상의 세계가 생기 있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흥미진진한 모험 끝에 집으로 돌아와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드는 이야기는 어린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선사한다. 놀이와 상상이 아이들 성장의 힘이라 믿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드러난다.

책 속에선 친숙한 소재와 익숙한 상황이 다양하게 변하며 펼쳐진다. 이야기가 일상 속에서 상상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공감을 사며, 긴 설명 없이 간단명료하게 '보여 주기' 방식의 구성 또한 이 또래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선다.

<분홍 보자기>는 어린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면을 단순하게 구성해 반복한다. 매 장면마다 왼쪽 면에는 아이가 집 안에서 보자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오른쪽 면에는 아이의 상상 속 모습이 펼쳐진다. 현실의 모습은 색 없이 선만으로 간략하게 묘사한 반면에, 상상의 세계는 현실과 대비되도록 화사한 색들로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아이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생기로운 모습으로 강조하는 구성은 아이들이 놀이와 상상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윤보원, 창비, 40쪽, 1만1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