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구석 라디오
당신은 지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가?

회사에 다니면서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는 일들이 더 많다고 느낄 때가 있다. 소심하다거나 나약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표현하지 못하는 말들이 쌓여간다. 화가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감정을 억누른다. 그렇게 애써 감정을 포장하다 보면 문득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됐다고 해서 이런 마음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새책 <방구석 라디오>는 여느 평범한 삼십대처럼 직장생활을 하던 보통의 한 남자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다. 우리가 한 번쯤 고민했으면서도 너무나 사소하다고 느껴 지나쳐버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 행복한 인생을 고민하고, 잘 살고 있는 건지 돌아보고, 미래를 걱정하고…,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저자의 모습은 잊고 있던 나의 일상과 솔직한 내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방구석 라디오'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에는 라디오 사연마냥 자유로운 소재와 다양한 감정이 실린 에피소드가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건지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느낀 순간 이 책을 보면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저자는 경험 속에서 건진 의미 있는 단상들을 시선을 사로잡는 서정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엮었다. 길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읽다 보면, 혼자만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글과 함께 글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고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주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생각들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으면서도 잔잔한 글들이 마음에 스며든다.

글 모자·그림 민효인, 첫눈, 288쪽,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