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판 '용의 눈물' 총 3부12권으로 번역
▲ 옹정황제
요즘 들어 13억 중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인물이 '옹정황제'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반부패개혁의 롤 모델로 삼은 중국 역사시대 황제이다. 시진핑은 옹정황제를 반부패개혁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힌다. 실제 2013년 4월 중국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외국 기자들로부터 "옹정황제가 반부패개혁의 롤모델이냐"는 질문을 받자 시진핑은 서슴없이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옹정황제는 청나라 강희제(康熙帝)의 4남이자 건륭제(乾隆帝)의 부친이다. 중국인들이 '강건성세(康乾盛世)'라고 부르는 청나라의 최전성기 한가운데에서 성세의 기틀을 다지고 이어준 황제이다. 8세에 제위, 61년 동안 집권한 강희제에 비해 45세 중년에 황제가 된 옹정황제는 등극 시 이미 궁중정치의 음모와 갈등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강한 자의 강한 정치만이 살아남는다'는 철칙을 체득한 그는 집권하자마자 경쟁자였던 형제들을 처형해버린다. 옹정황제의 이야기가 중국판 '용의 눈물'로 일컬어지는 이유이다.

옹정황제의 통치방식은 직영체제인 동시에 전형적인 인치(人治)였다. 강력한 황권의 기반을 정보정치에 두고 많은 염탐꾼을 요소요소에 파견했다. 전국 각 성의 문무 행정책임자들과 직접 서신을 통해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다. 보고에 틀린 사항이 있으면 호된 불호령을 내렸다. 잘못된 보고가 거듭되면 가차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므로 옹정황제란 이름은 13년의 재위기간 중 신하들에게 곧 공포의 대상이 되어 '냉면황제(冷面皇帝)'로 불릴 정도였다. 중국 관료시스템은 과거제가 핵심이지만 옹정황제는 과거를 통해 등용된 관료를 신용하지 않았다. 붕당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가 중용한 신하들 중엔 과거시험 합격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행하는 통치였고,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은 일단 의심부터 했다.

그러나 그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밤 12시에 취침해서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밤늦도록 보고서를 보고 답장을 쓰면서 사심없이 백성의 삶을 걱정했다. 이른바 조건석척(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힘써 일한다)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그를 '선의에 가득 찬 악의의 독재자'라고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가 병사하자 조정의 산하들은 모두 후유! 하고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얼웨허(二月河)의 소설 <옹정황제>는 전체 3부, 12권으로 번역됐으며 이달 완간된다. <강희대제>에 이어 한국 최고의 중국전문가이자 번역가인 홍순도 씨가 완역을 했다.

소설 <옹정황제>는 전체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강희제 말기 35명의 아들 중 성인이 된 황자들 간의 황위계승을 위한 음모와 투쟁과정을 소설화했다. 옹정황제가 되는 넷째 황자 윤진은 이 시기에 황위계승에 초연한 자세로 사태추이에 대하여 냉정하게 관망하면서 정무를 배우고, 수재민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등 험한 일과 궂은일을 가리지 않고 민생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여 준비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2부에서는 황위를 계승한 옹정황제가 불리한 국면을 타개해 가면서 황권을 강화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황제가 되기 전 수십 년 동안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관찰한 그는 등극 후 관리의 인물됨을 판별하여 적재적소에 임명했다. 또 관리들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황제에게 직접 보고서나 의견을 올리는 주접(奏摺)을 통한 밀정(密偵)정치를 실시했다. 옹정황제는 시종일관 실용주의를 중시하여 상주문을 일일이 살펴보고 미관말직이라도 권력에 짓눌리지 않고 원리원칙을 지켜내는 배짱과 강단이 있는 인재를 발탁했다. 옹정황제는 관리의 기풍을 단속하고, 부정부패를 철저히 뿌리 뽑으며 탐관오리를 벌했다.

3부에서는 황권과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정책을 실시한다. 황자들로 하여금 황위계승을 위한 암투 대신 수양에 힘쓰도록 한 태자밀건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지방관료들의 박봉을 보충하기 위해 세금을 거두면서 얼마간의 부가세를 징수하는 화모귀공을 묵인해 관료들이 청렴하도록 했으며 운남, 귀주 일대의 묘족을 무력으로 토벌하고 개토귀류를 단행함으로써 반독립상태에 있던 운남과 귀주 일대의 영토를 완전히 청의 영토로 포함시켰다. 옹정황제는 특권이란 천자 한 사람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도 형제도 군주 앞에서는 신하에 불과하다는 중국식 독재군주로 군림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는 지방의 천민들을 해방시켜 양인과 차별 없는 대우를 받게 하였고, 하층민의 생활을 보장함으로서 치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설 <옹정황제>는 정치인들이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얼웨허 지음, 홍순도 번역, 더봄, 각권 1만2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