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에 적발된 고교 축구선수들의 대학진학 관련비리는 『돈이 대학진학을 좌우한다』는 체육특기생들의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 준것은 물론 돈에 매수된 일부 심판의 편파적인 경기운영과 청소년국가대표 선발과정의 돈거래 등 우리 축구계의 갖가지 치부를 모두 드러냈다.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고교 감독들은 한결같이 소속 선수들 가운데 실력이 다소 떨어져 대학진학이 불확실한 선수의 학부모들에게 진학을 미끼로 돈을 요구했다.

 선수 한 명당 1천만원 안팎이 공정가격처럼 오갔으며 고교감독은 이 가운데 60~70% 정도를 대학감독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를 자신이 챙겼으며 일부 감독들은 아예 전액을 가로채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감독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돈을 줄 수밖에 없었는데 일부 감독의 경우 형편이 지극히 어려운 학부모들에게까지 돈을 요구, 수사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감독에게 6백50만원을 준 정모씨(46)의 경우 노점상을 하고 있고 역시 5백만원을 준 김모씨(43)는 전세값마저 없어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형편에서도 아들의 선수생활을 위해 빚을 내 마련한 돈을 감독에게 주고는 빚을 갚기 위해 1~2년씩 고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감독들 역시 선수선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는 점을 악용,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돈만 주면 특기생으로 뽑아주었다.

 수사결과 부모가 돈을 준 것으로 밝혀진 16명의 고교 선수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한 반면 고아원 출신들로 이뤄진 부산소년의 집 기계공고팀은 지난 7년간 매년 전국대회에서 4강, 8강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단 3명만이 대학에 진학해 「돈이 대학진학을 좌우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했다.

 감독들의 자세도 문제이지만 비정상적인 고교 축구팀의 운영체계도 이런 비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 고교 축구팀은 대부분 학교측의 지원없이 학부모나 동문들의 도움으로 합숙훈련비와 대회 참가경비, 감독ㆍ코치 급여 등을 충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평소 경비를 많이 지원하는 학부모의 진학청탁을 무시할 수 없게 되고 금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수사에서는 그동안 일부 심판들이 돈에 매수돼 경기운영을 편파적으로 한다는 소문도 사실로 확인됐다. 구속된 대한축구협회 소속 1급 심판 최찬섭씨(36)는 지난해 7월 전국체전 부산예선대회를 앞두고 동아고 감독에게서 5백만원을 받고 상대팀의 공격흐름을 끊는 편파적인 경기운영을 해 이 학교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심지어는 청소년 국가대표 선발과정에까지 돈이 오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은 도를 더했다.

 부산시 축구협회 전무 겸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인 박일진씨(45ㆍ수배)는 지난해 8월 모 고교축구선수의 부모에게 『청소년 대표선수로 선발해주겠다』며 5백만원을 받았는데 그 선수는 대표로 뽑혔었다.

 검찰 관계자는 『비교적 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고교축구에서 마저 이같은 비리가 만연하는 점으로 미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든 종목에서 특기생 선발과 관련해 돈이 오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연합〉하고 『그러나 이처럼 돈을 주고 진학한 축구선수 대부분이 결국에는 선수로 성공하지도 못하고 대학생활에도 적응 못해 중도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