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도시민에게 추수철임을 알리듯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이 참게였다. 시골 영감님들이 갓 잡아온듯 버걱버걱 거품을 뿜는 참게를 짚으로 엮어 들고 다니며 팔았다. 이것을 밥짓는 것에 비유하여 “게가 나온다/잇밥 하여라/거랑방이 온다/좃밥 하여라”고 노래했다. 지금은 전기밥솥 때문에 모르지만 가마솥에 밥을 짓던 시절 밥이 거의 될 무렵이면 솥뚜껑이 들썩거릴 정도로 흰 거품이 일었다.

 그 참게를 사다 게장을 담갔다. 작은 옹기에 넣어 끓인 간장을 부어두고 간이 밸 무렵 필요한 만큼씩 밥상에 올렸는데 겉딱지를 벗겨 창자를 긁어내고 더운 밥을 얹어 꾹꾹눌러 먹었다. 간이 짭짤하고 맛이 고소하여 자연히 밥을 많이 먹게 된데서 못살던 시절 "밥도둑"이라고 했다. 요즘 꽃게를 많이 먹으면서도 참게에 유난스런 것은 지금 희소가치로 일종의 향수 처럼 되었기 때문일듯 하다.

 참게는 바다와 가까운 민물-흔히 논두렁이나 강둑에 구멍을 뚫고 산다. 가을 산란철에 바다로 내려가 알을 낳으면 그것이 부화하여 민물로 올라와 성장한다. 우리나라는 황해로 유입되는 강유역의 강화 김포 파주에 많은데 특히 파주 것이 "옥돌게"라 해서 유명했으며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도 올랐다고 한다. 한편 시흥시에서 발간한 "시흥향토문화총서"에 의하면 수인산업도로에서 안양으로 진입하는 인근을 흐르는 목감천에도 참게가 많았다고 한다. 밤이면 누런 등불을 밝히면서 게를 잡았는데 그래서 목감천의 옛이름이 황등천이었다고 한다.

 파주벌에 참게가 많은데는 그럴듯한 전설이 있다. 예전 마고할멈 시절 양주땅에 할멈이 소변을 보자 참게들이 못견디고 고개로 해서 파주로 넘어갔다는데 그 고개가 지금 양주군 백석면의 "게너미고개"이다. 그곳은 신각장군에 의해 임진왜란때 공식적인 육전으로서의 첫 승전한 유서깊은 곳이다. 한강과 임진강의 하류인 파주에 당연히 게가 많은 것을 이같은 전설로 설명했던 것이다.

 파주시가 임진강 참게의 상표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파주시는 치어방류와 수질보호 등에 주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