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지리산 … 유유자적 오르다 … 감상평 곁들여

새책 <山에 홀려 오르니>은 저자가 유유자적하게 산을 다니며 느낀 감상을 적어내려간 수필집이다.

못 오를리 없건만 어찌된 한라산인가, 그냥 보내주지 않는 지리산,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모여 사는 청량산, 바위를 심어놓은 월출산, 제 위치를 깨우쳐준 가리산, 태평양 동해의 수평선과 나란히 걷는 괘방산, 이름값 하는 칠보산 등 저자는 인천의 산에서부터 전국의 명산에 이르기까지 산이란 산은 모두 다니며 산을 노래하고 있다.

'그게 거기에 봉우리가 있어 산에 오르고 가족의 품이 있으니 오른 산 내려가야 한다…중략 …산에 오르니 살면서 힘든 게 있으면 고라니 등에 실어 보내고 일제 수탈의 상흔을 지금도 보고 싶으면 산등성이 가슴뼈 다 드러낸 소나무를 보면 되고 조선 시대 선비의 기개를 알고 싶으면 고산지대 소나무와 주목의 고사목을 보면 알 수 있다.'('산에 홀려 산에 오르니' 중에서)

수십 편의 수필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앉아서 전국의 명산을 샅샅이 구경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의 감상까지 덧씌워져 남들이 보지 못 하는 산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김기욱씨는 1947년 2월 충남 서산에서 출생해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 2011년 2월 정년퇴직을 하면서 평상시 간간이 써 놓았던 생활 이야기를 정리하여 회고록 <삶·배움·가르침>을 출간했다.

그 이듬해에는 계간지 <창조문학>에서 시행하는 신인상 공모에 응모하여 제84회 시 부문에 등단했으며 2012년에는 첫 시집 <여운이 기인 메아리가 귀를 노크하다>를 발행하고 2014년 6월에는 여행기 <여행이 속삭여주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출간하는 등 퇴직 이후 늦깎이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김기욱 지음, 공간미디어, 311쪽, 1만4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