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하강 기조에서 헤어나지 못해온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이 이제는 살 시점이 됐다는 관측이 월가에서 속속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마켓워치는 지난 4일 인터넷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근거로 한 이런 평가가 시장 일각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및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여전히 투자자의 회의적 시각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터키도 이들 국가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투자가 꺼려지는 신흥국이라고 P시그마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톰 베켓 투자책임자(CIO)가 FT에 말했다.

마켓워치는 중국 주식이 '지옥으로 가는 러닝머신'이란 공포감이 가라앉지 않고있지만, '위기가 곧 기회'란 공격적 견해도 제시된다고 전했다.

쇼트 사이드 오브 롱의 금융 블로거 티호 비르칸은 마켓워치에 홍콩에서 거래되는 중국 H 주식의 주가 수익률(PER)이 2001년 이후 최저로 주저앉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가치(밸류에이션)가 매력적"이라면서, "2000년대 초의 닷컴 붕괴와, 2008년 금융 위기 때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비르칸은 "물론 밸류에이션이 더 주저앉을 수 있음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요령 있거나 역발상 하는 투자자는 남들이 아직 공포에 떨 때가 기회임을 잘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투자자는 '블랙 스완'(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일단 실현되면 시장을 무너지게 하는 큰 충격)에 위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켓워치는 골드만 삭스도 중국 주식이 최근 소요로 워낙 싸졌기 때문에 지금이살 기회라고 갓 투자자에게 권고했음을 상기시켰다.

JP 모건 자산운용 애널리스트들도 이제 신흥시장 주식에 다시 관심을 둘 때라고권고했다.

FT가 전한 JP 모건 분석은 MSCI 신흥시장 지수의 PBR이 지난달 말 1.28로,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년 사이 2001년의 9·11 테러 때와 1997∼1998년의 아시아 외환 위기때 딱 두 번 이처럼 주저앉았음을 상기시켰다.

JP 모건 AM의 신흥시장 주식 투자책임자 리처드 티터링턴은 FT에 "신흥시장 주식 가치가 이처럼 주저앉은 것은, 1989년 이후의 3%에 불과하다"면서, 따라서 "더 떨어질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의 지난 30년 신흥시장 투자 경험으로 볼 때, 공포로 말미암은 투매는 언제나 투자 기회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흥시장이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견제도 나왔다.

P시그마의 베켓은 "(많은 신흥시장 자산이)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싸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면서, 따라서 "투자 대상을 고르는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및 베네수엘라. 그리고 이들 국가보다는 좀 덜하지만, 터키도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JP 모건의 티터링턴은 이와 관련, 신흥시장 주식 회복이 3단계로 이뤄지는 점을명심하라고 말
했다.

즉, 주저앉은 통화 가치가 먼저 회복돼야 하며, 그다음은 경기 전망이 개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기업 수익성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티터링턴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