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꽃다님 같다/너희

할아버지가 이브를 꾀어내던 달변의 혓바닥이/소리 잃은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푸른 하늘이다..,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지난 연말 작고하여 고향땅 질마재에 묻힌 서정주 시인의 시 "화사"이다. 혐오스런 뱀을 놓고도 노래가 읊어지는가 보다. 싯귀중에 " 이브를 꽤어낸 달변"이라고 했듯 뱀은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에덴 동산의 이브를 타락시키는 사탄으로 등장한다. 그런만큼 뱀은 지구상의 피조물중 가장 영리하나 머리 회전이 빠르고 못된

것을 생각해 내는 존재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뱀은 아부와 사기 사악함의 상징이다. 심술궂은 용의 친척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공포와 존경의 대상이 된다. 인류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여와도 원래는 뱀이다. 우리네 옛 시골 집 에도 구렁이가 가내의 덕과 복이 늘어나도록 돕는다고 해서 이를 모시는 업단지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독사 휘드라는 머리를 베면 그 자리에서 세개의 뱀이 다시 나오는 두려운 존재요 괴녀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모두 뱀이다.

그러나 역시 그리스 신화에서 뱀은 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우스를 상징한다. 뱀이 껍질을 벗고 새 생명을 얻듯 질병의 껍질을 벗고 새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의료를 상징하게 되었다.

지금도 터키 버가모의 유적중 자랑거리인 BC4세기의 종합병원이던 아스클레피온의 돌기둥에는 조각된 뱀의 형상이 남아있다.

오늘날 군대의 의무병과 심벌이 뒤엉킨 두마리의 뱀으로 된 것은 이에서 유래한다.

올 2001년 새해는 신사년 뱀의 해이다. 신사년의 사(巳)는 뱀사이며 뱀은 12지중 여섯번째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새해를 맞이할 때 마다 상징하는 동물에 따르는 덕담을 하게 되는데 흉측스런 뱀을 연상하여 덕담이 떠오르지 않는다. 천상 불신과 혼란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한해였다면 허물 벗듯 벗어버리고 지혜와 치유의 새해이기를 빌면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