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14일 오전 상하이(上海)방문을 마치고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콸라룸푸르로 출발하기에 앞서 부인 이희호여사와 함께 상하이 시내 옛 임시정부청사를 20여분간 방문했다.

 김대통령은 먼저 백범 김구선생 등이 사용하던 청사 1층 회의실에 들러 청사소재지인 류완치(盧灣區)의 장자이양(張載養) 청장대리와 베이민디앙(貝民强) 청사관리소장으로부터 청사 복원배경에 관해 설명을 듣고 백범선생이 사용한 탁자에 앉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김대통령은 「불석신명 유방만세(不惜身命 遺芳萬世)」라고 쓴뒤 『애국지사ㆍ선열들이 신명을 바쳐 이룩하려 했던 것이 향기돼 만세에 남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이말 뒤에 「한중우의(韓中友宜)」라고 추가하기도 했다.

 회의실엔 장방형 테이블과 10개의 동그란 의자, 대형 태극기 2개, 찻잔, 주전자 등이 옛 모양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김대통령은 이어 청사관리소로 옮기는 도중 청사 골목입구에 있는 기념품 판매대에서 백범선생의 「독립정신(獨立精神)」 친필이 담긴 기념품을 샀다.

 관리소 1층에서 김대통령은 『상하이 임시정부는 중국내 여러 곳으로 옮겨다녔으므로 앞으로 그 유적도 찾아 보수ㆍ보존하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의 보존ㆍ개선에 협력해준 중국정부와 상하이시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세계 역사에서 우리같이 식민지기간 내내 임시정부를 만들어 무장독립투쟁을 벌인 민족은 별로 없다』며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이 자랑스럽고 선열의 애국심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관리소측은 김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관리소 1층 유물전시대 내용물 일부를 교체, 김대통령이 지난 94년 11월9일 부인 이여사 등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서명한 방명록과 김대통령 가족 사진을 전시해놓는 등 세심한 준비를 했다.

 관리소 안에서 김대통령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이동경로를 나타낸 「대한민국임시정부이전도」와 노태우ㆍ김영삼전대통령 등 한국 주요인사들이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 앞에서 잠시 멈춰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백범선생 흉상 앞에선 오른손을 흉상 왼쪽 어깨에 얹고 잠시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관리소를 떠나기 앞서 이여사와 함께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대통령 일행이 임정청사에 도착하기 앞서 길가엔 인근 주민들이 많이 나와 관심을 보였다.

 임정청사는 연건평 48평의 연립주택형 3층 건물로, 지난 89년 지하철 건설계획에 따라 철거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90년 시정부에 의해 상하이 문물보호 중점 174호로 지정되고, 91년 삼성물산과 류완치 문물보호관리소 사이의 합의에 따라 93년 복원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