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다례 보존·계승…찻잔에 녹아든 전통]전국 500여명 참석·48기 수료식
시음·다기 판매 등 韓문화 홍보
故이귀례 명예이사장 차문화 대중화 공로 추모행사도
"맑은 등불 촉촉히 밝히니 밝고 맑은 지혜…(중략)…인설 이귀례 선덕다인 이 공양 받으소서…(하략)"

지난 22일 오후 6시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 컨벤션 홀.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제단을 향해 차와 꽃을 올렸다.

홀 안에선 은은한 대금소리에 맞춰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육법공양' 낭독이 울려퍼졌다. '선덕다인 이귀례 명예이사장 추모헌다례'를 하는 자리였다.

이 헌다례는 제12기 한국차문화대학원 졸업작품 발표회로 준비한 행사였다. 다인들은 차와 꽃, 과일 등을 제단에 올리며 잠 자고 있던 한국의 차문화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우리 차의 대중화에 큰 획을 그은 故이귀례 명예이사장을 추모했다.

불·법·승의 3보나 사자의 영혼에게 공물을 바치는 의례인 육법공양을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우리 전통차를 연구하는 차인을 길러내고 차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제45회 차문화예절지도사 하계연수회'가 지난 22일~23일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이사장 최소연 가천대 교수)가 주최, 전국의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선 지난 2년간 협회에서 차문화와 전통예절을 공부한 48기 지도사범(2급)과 제12기 전문사범(1급)의 수료식이 있었다.

행사에선 2년간의 교육을 마친 지도사범들에게 등록 민간 자격인 차문화예절지도사 2급 자격증을, 전문사범들에겐 차문화예절지도사 1급 자격증을 각각 수여했다.

이틀 간에 걸쳐 정치 현실과 역사문화, 건강 등 각 분야 별로 초빙강사의 특강도 병행됐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한반도 통일문제와 역사의 신의 메시지'란 주제로, 건국대 사학과 신병주 교수가 '난중일기 속 장군 이순신, 인간 이순신'을 주제로,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정성환 교수는 '폐건강을 지키는 법'에 대한 각각의 강연을 통해 차인들의 교양을 넓히고 지식을 확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선 또 전국 26개 지부 소속 회원(차인) 500여명이 전통한복을 입고 참여, 수십 종에 이르는 차시음회와 차·다기 판매 행사 등을 펼쳤다. 이번 행사에선 특히 일본인 차인들이 참여,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접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협회에서 차문화예절지도사 과정을 수료한 인원은 3500여명에 이르며 전국 26개 지부에서는 회원 2만여명이 활동 중이다.

협회는 매년 3, 9월에 차문화예절지도사 2년 과정을 시작하며 10월엔 차문화대학원 1년 과정을 개강, 매년 200여명의 차문화예절지도사를 길러내고 있다.

이렇게 배출된 차인들은 전국 26개 지부로 퍼져 지역별로 차인을 양성하고 있다.

협회는 또 매년 4월과 9월 전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국청소년차문화전 및 전국인설차문화전 차예절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는 아이들에게 다례를 통한 예절과 인성교육을 통해 참사람, 된사람, 든사람을 만들고 건강한 미래의 차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차문화협회는 우리나라 차인 1세대인 고 이귀례 명예이사장에 이어 올해부터 최소연 가천대교수가 이사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인천시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보유자이기도 한 최 이사장은 가천대에서 '다례'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뽑은 최우수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소연 이사장은 "이번에 일본의 차인들이 몇 분 오셨는데 이는 지금 일본에서는 서서히 불고 있는 차문화의 한류 붐 때문"이라며 "이는 본래 차문화가 중국과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였던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드라마와 케이(K) 팝에서 시작한 한류 붐이 이젠 차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가장 앞줄에 한국차문화협회와 규방다례보존회가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우리 차를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제천=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