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실제사건+ 허구적 상상력'권력과 정치'에 대한 다양한 생각 담아

누가, 왜 김구를 죽이려 했을까. 8·15광복 70주년에 즈음해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사건을 다룬 소설책이 나왔다.

새책 <회중시계>는 백범 김구 암살 전 5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이다. 실존인물과 실제사건을 재구성한 바탕 위에 허구적 상상력을 보탠 책이다.

1949년 6월26일 정오경에 일어난 백범 김구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이승만, 김구, 신성모, 김태선, 장택상, 노덕술, 김지웅 등 당시 실존인물들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로 묘사된다. 반민특위 해체, 김약수 부의장 국회 프락치 사건, 김구와 김일성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역사적 실제사건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로 등장시키고 있다.

수많은 역사적 사료와 당시 신문에 실린 기사, 그리고 해외 기사와 자료까지 읽으며 그 시절 인물과 사건을 낱낱이 살핀 작가는,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해 이야기를 꾸미고자 했다고 전한다.

반면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적 인물은 현대적 캐릭터를 갖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허구의 인물인 정현우는, 개성 거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경성제대를 졸업한 뒤 영국 에든버러에서 유학을 한 젊은 인텔리 경찰 간부로 등장한다. 현우의 아내이자 고등학교 선생님인 한태경과 현우의 부하직원이자 친형제 같은 믿음을 나누는 권종호 형제도 주인공 정현우와 마찬가지로 조국과 민족, 이념과 사상 같은 거대한 가치보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대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저자 우장균은 에필로그에서 "잔인했던 6월, 5일간 역사를 허구의 이야기로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집어넣는 것은 한편으론 매력적이나 다른 한편으론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백범에 대한 수차례의 암살 시도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다. 그 역사적 사실은 대한민국 국회 등에서 이미 밝혀진 것들이다. 그러나 소설 속 실존인물들의 대화는 모두 글쓴이의 상상력에 기초한다.

다만 그 상상력도 실제로 일어난 대화보다 더 일어남직한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부족한 능력 안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소설 속 실존인물의 허구의 대화는 그의 이야기his story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함께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과 역사history는 서로 소통하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부당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다 해직기자 신분이 된 6명 중 한 명이다. 평범한 소시민이자 기자라는 업을 가진 보통의 장삼이사였던 작가는 우연히 권력에 맞설 상황에 처했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다 해직을 당했다.

해직 뒤 도서관에서 수년의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며, 그때부터 '백범 김구의 암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한때 청와대 출입기자였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이력답게 그의 소설 처녀작인 이 책에는 '권력과 정치'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절대권력을 누렸던 이승만, 2인자가 목표였던 신성모 국무장관, 초대 수도경찰청장 장택상, 백의사 단원이었던 유진산, 친일 경찰에서 반공 경찰로 화려하게 부활한 노덕술, 그리고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인물들의 은밀한 대화가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간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세력이 자리 잡은 남한에서 친일 세력이 반공 세력으로 변신해 면죄부를 받고, 친일파를 단죄하려던 반민특위가 경찰 세력에 의해 해체되고, 독립을 위해 싸웠던 많은 인사들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하게 되는 비극적 역사의 면면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장균 지음, 트로이목마, 272쪽, 1만25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