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 힘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워"
"K리그 뿌리 깊은 '편파판정' 의혹
연맹 '시민구단 억울함' 해소해야

"우리 팀이 힘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12일 포항과의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듯 어금니를 한 번 악다문 뒤 토하듯 내뱉은 말이다.

이날 승패를 가른 상대의 프리킥이 인천의 반칙에 의해 정당하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심판의 편파판정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는 강한 암시였다.

그는 이 말을 하기 앞서 "회견장에 오기 전 열번 이상 (문제가 된)그 장면을 보고 왔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 "오늘 할 얘기가 없다. 죄송하다"며 질문도 받지 않고 상기된 표정을 한 채 금방 자리를 떴다. 기자들도 굳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천은 이날 후반 5분 김원식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지만 특유의 '짠물 수비'를 펼치며 상대 공격을 잘 막아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3분 요니치가 상대의 돌파를 막기 위해 벌칙구역 바로 앞에서 태클한 것이 파울로 선언됐다. 신체 접촉은 없었다. 그럼에도 휘슬이 울렸고 결국 프리킥 상황에서 포항 신진호가 찬 공이 수비벽에 굴절되면서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떨어졌다.

인천 관중은 골이 선언되자 파울로 인정될 만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항의표시로 "정신차려 심판"을 거세게 외쳤다. 김 감독 역시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날 김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우리 팀이 힘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표현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K리그의 판정 시스템이 '(돈이 많은)기업구단에게 유리하고 (돈이 없는)이른바 시·도민 구단에게는 불리하다'는 '음모론'내지는 '시·도민구단 차별론'이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는 인식을 감독마저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들이 아닌, 구단의 감독까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K리그가 판정의 공정성 측면에서 아직도 멀었음을 나타내는 강력한 상징이다.

실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남FC가 올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오심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이재명(성남시장) 구단주와 일전을 치르며 신뢰에 상처를 입었다. 그 이전에는 인천 구단이 2013년 7월과 8월에 열린 4경기에서 심판이 4경기 연속 석연치않은 판정을 해 승리가 날아가거나 비기던 경기에서 패하자 연맹에 항의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렇듯 판정 피해를 호소하는 팀은 주로 시·도민 구단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음모론은 확인되지 않은 낭설에 불과하다"며 '단순한 피해의식'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음모론의 생명력이 너무 질기다. 솔직히 적지 않은 축구인들이 축구계 내에 편파판정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피력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결국 이런 분위기는 시·도민구단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한다. 연맹의 노력이 더 필요한 이유다.

이날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짧게 몇 마디만 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경기 직후 경기장 내 인터뷰에서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연맹의 경기·심판 규정을 의식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 일정을 생각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고자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을 누르고 또 눌렀을 김도훈 감독.

'현장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 추가징계가 불가피했을테니 잘 참았다'고 위로할 수 밖에 없는 게 씁쓸하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