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방화대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2일 새벽 서울 광장시장에서 큰 불이 나 3개 상가 100여개 점포를 태워 많은 재산피해를 냈으며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결혼시즌과 연말대목을 맞아 쌓아둔 물건이 삽시간에 잿더미가 된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제도적 장치로는 이같은 참변을 미리 막을 방안이 없다고 우려하는 형편이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은 거의 목재건물인데다가 지은지 수십년이 지나 작은 불씨에도 이웃집으로 옮겨붙기 쉽다. 게다가 차단벽도 없이 다닥 다닥 붙어 있을 뿐 아니라 만일의 경우 현장에 접근할 소방도로가 모두 막혀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깃줄, 그리고 방치하다시피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가스통도 문제가 많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인천ㆍ경기 등 전국에 산재돼 있는 재래시장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를바 없다는 점이며 따지고 보면 더욱 열악한 형편이라는 사실이다. 재래시장이 안고 있는 취약점은 바로 화재발생의 가능성을 말한다. 재래시장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지만 중앙정부의 정책결정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방화대책인데 이제부터는 각 시장마다 자체적으로 불조심 모임을 만들고 입주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계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한다. 화재와 같은 재난은 반드시 불가항력의 사고는 아니다. 예방과 경계 그리고 소화체제를 제대로 갖추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해둘 것은 이미 한계상황에 이른 노후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숙고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재래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과 시장경영을 보다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물론 재래시장을 새로 지으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재래시장의 특성에 비추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민자의 적절한 유치도 검토해 볼만 하다. 시설을 현대화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고 화마에 휩싸일 가능성 또한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