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모두 중국이 만들었을까?' 숨겨진 역사·치열한 정치적 메커니즘 다뤄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답(畓)' 자가 없다. 한자를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이 괴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한반도의 핵 문제를 다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뚜렷한 문제의식과 첨예한 논증을 통해 우리 시대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온 작가 김진명. 그가 이번엔 '한자(漢字)' 속에 숨겨진 우리의 역사와 치열한 정치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돌아왔다. 새책 <글자전쟁>은 한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신작이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장관 시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을 만났을 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놓아서 우리 한국까지 문제가 많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임어당이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신네 동이족'. 임어당이 가리키는 동이(東夷)가 우리의 뿌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자(漢字)의 기원인 갑골문자가 은(殷)나라 때의 것이고, 그 은이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라는 이야기이다. 한자는 정말 우리 글자일까? 김진명 작가의 이번 소설 <글자전쟁>은 그 의문에서 시작한다.

스탠퍼드 출신의 명망 있는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 어려서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일신의 명예보다는 오로지 500억의 커미션을 챙겨 안락한 인생을 살고픈 욕망으로 가득 찬 남자다.

무기제조업체 '록히드마틴'에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어 헤비급 사원이 된 태민은 특유의 비상한 머리와 국제정세를 꿰뚫는 날카로운 식견으로 나날이 탄탄대로를 걷는다. 하지만 무기중개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법의 그물에 갇히게 되고, 궁지에 몰린 그는 검찰 출석 하루 전날 중국으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태민은 비밀에 싸인 남자 '킬리만자로'에게 USB 하나를 받게 되고, 머지않아 그날 밤 그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의문의 죽음 앞에 남겨진 USB. '중국의 치명적 약점'이라던 킬리만자로의 말을 떠올리며 태민은 정체불명의 파일을 열게 되고, 역사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데….

김진명 저, 새움, 343쪽,1만42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