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학 이중톈 '인문학 진수' 발휘

중국의 석학 이중톈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 주는 책이 나왔다.

새책 <이중톈의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는 얕지 않으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은 책이다. 가볍지 않지만 절대로 진부하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고전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문학자인 이중톈. 그는 이번 책에서 공자에서 묵자, 노자, 장자, 맹자, 상앙, 순자, 한비자에 이르기까지 천재 동양 철학자들의 사유와 철학을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으며 통섭의 진수를 보여준다.

인류역사상 가장 혼란의 시대였던 춘추 전국 시대 공자를 비롯한 동양 철학자들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하고 논쟁한 결과는 '천하가 과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였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춘추 전국 시대, 중국은 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사회는 격변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주나라로부터 이어져오며 사회를 지탱하던 시스템인 예악이 붕괴되고 가치관이 무너지며 사회는 대혼란을 맞는다.

사회나 국가 사이에는 예의나 신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했다.

묵자는 이를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고, 다수가 소수를 압박하며, 부자가 빈자를 괴롭히고, 고귀한 자들이 비천한 자들을 깔보고 무시하며, 영악한 자들이 어리석은 자들을 기만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말해, 사회 전체가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약탈하며 속이는 분열과 혼란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대혼란과 사회 구조의 대전환 속에서 중국은 백가쟁명이라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사상의 르네상스를 맞이한다.

인애로 세상을 치료하고자 했던 유가, 무차별적 사랑인 겸애로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묵가, 문제의 근본은 유위로 인한 것이라 진단하고 무위를 주장했던 도가, 인정에 구애받지 않는 공정한 법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사회시스템을 구상했던 법가 등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는 지혜의 결정체들이 이때 탄생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관점과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바탕으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하고 논쟁했다.

그때로부터 250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 또한 미래를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천재 동양 철학자들의 어깨를 딛고 올라 미래의 길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동양 철학자들의 어깨 위로 올라가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는 공자를 비롯한 묵자, 노자, 장자, 맹자, 상앙, 순자, 한비자 등 대표적인 동양 철학자들의 생각의 향연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춘추 전국 시대 제자백가는 약육강식의 대혼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답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중톈은 이 책을 통해 동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날실로 그리고 우리의 현재 삶을 씨실로 교차하며 삶에 관련된 많은 중요한 문제들을 다룬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자에 대한 설명이 어려운 까닭은 순전히 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문제다.

양주는 이왕 살 바에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자는 이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이렇게 물었다. '잘 산다는 게 뭐지요? 하루하루를 잘 보낸다는 건 어떤 겁니까? 일부 사람들의 주장처럼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장자는 '진실과 자유'라고 했다.'

책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도 만든다.

'그럼, 법가는 왜 백성을 이렇게 여겼을까? 그들 모두가 '국가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념에 따르면, 국가와 현실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역사적 사명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현실적 사명, 즉 '부국강병'만 존재했다.

그들은 부국강병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법가의 눈에는 국가만 있을 뿐, 백성은 안중에 없었고 개인은 더욱 그러했다. 백성과 개인은 짚으로 만든 개이고, 도구이기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가혹'하고 '잔인'했던 세 번째 이유다. 그들의 사명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론 국가는 강성해야 한다. 국가의 강성은 국민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다. 문제는 국가가 왜 강해져야 하는지에 있다.

결국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다. 그러나 국가가 강성해지기 위해 백성이 '짚으로 만든 개'가 되어야 한다면, 이런 강성함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장자의 생각에 더욱 찬성한다.

백성이 모두 진실하게 자유롭게 살고, 사람들이 서로 관용을 베푸는 나라가 바로 좋은 나라다. 이런 나라가 강국이 될 자격이 있고 강성해야 한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면 바로 이러한 나라만이 진정한 강국이며, 영원히 강성할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동양 철학자들의 생각의 궤도를 따라간다. 그러면서 우리를 많은 철학적 문제와 삶의 문제를 돌아보고 스스로 답을 구하도록 이끌어 준다. 이 책을 통해 이중톈은 우리에게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중톈 저, 이지연 역, 보아스, 600쪽,2만1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