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도 끝내 금지약물에서 자유로운 곳이 아니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해악 때문에 국제 경기단체들이 끊임없이 금지시켜온 약물사용 사례를 그동안 주로 외신으로 접해왔던 터에 국내 선수들이 한꺼번에 적발돼 그 충격이 더하고 있다.

 태릉선수촌에 따르면 98방콕아시안게임(12월6일~20일)을 앞두고 촌내에서 훈련중인 선수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체조 2명과 수영 1명 등 메달 획득이 유망했던 여자선수 3명이 이뇨제(푸로세마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대회 출전 이전에 발각돼 국제적인 망신은 당하지 않게 돼 다행이지만 해당 선수들은 2차검사에서도 양성반응을 보일 경우 적어도 1년동안 출전정지 처분을 받을 전망이어서 선수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을 겪게 됐다.

 사실 국내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첫번째가 여자역도의 최명식이고 육상 중거리 간판스타인 이진일이 가장 최근이었다.

 최명식은 지난 91년말 이듬해의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체중감량을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가 발각됐고 이진일은 95년 감기약을 잘못 먹었다가 국제육상연맹(IAAF)의 불시 검사에서 적발돼 4년의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IAAF의 사면 결정으로 정지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이전의 것에 비해 문제가 심각한 것은 3명씩 한꺼번에 드러난 점으로 미뤄 적발되지 않은 선수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촌은 이미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의 약물복용을 밝혀냈던 한국과학기술원 도핑컨트롤센터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신형 검사기구들을 갖춘 외국에서 세밀하게 검사할 경우 추가 적발자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즉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획득, 병역특례나 경기력향상 연구기금(연금)을 타려는 의욕이 앞서는 선수들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명예나 자칫 자신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문제들을 잊고 근육강화제 등 금지약물에 손을 댔을 수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선수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

 현재 대한체육회와 태릉선수촌은 더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아시안게임 출전 직전까지 추가 검사와 함께 정신교육을 할 예정이지만 선수 스스로가 자제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약물 파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상균 선수촌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당혹스럽다』며 『가능한 한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 모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대회 이후에는 보다 철저한 약물근절책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