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숙자들이 잠잘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를 몹시 우울하게 한다.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끼니를 때운 노숙자들이 그동안 공원이나 공터 등에 잠자리를 마련했으나 추위가 닥치면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혹독한 추위가 온다는 예보이고 보면 서둘러 이들에 대한 수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숙자는 선진국의 홈리스인 부랑인들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IMF사태 이후 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 실직 등으로 졸지에 가출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멀쩡한 사람을 노숙자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숙자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문제로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노숙자수는 3천명 정도에 이르고 있으나 계속 증가추세를 보여 연말까지 6천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인천지역에도 노숙자는 100명정도 추산되고 있으며 주로 자유공원, 수봉공원, 전철역등에서 밤을 지새운다. 이들 노숙자는 30~40대가 71.2%로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노숙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노숙이 장기화되면 자활의지를 잃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져 구제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숙자들이 수용시설의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데 있다. 인천시가 마련한 노숙자대책을 보면 현재 3개소의 노숙자쉼터를 마련 120명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무료급식소 4곳을 운영, 157명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숙자들이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으며 제약이 많아 보호시설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혹한에 노숙자를 거리에 방치할 경우 동사자가 생길 우려가 있는 만큼 인권보호차원에서도 안전한 시설에 적극 수용해야 마땅하다. 이들을 수용하는 데도 강제적인 방법은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 사회에서 소외당한 이들을 따듯하게 감싸주고 이해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