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정치부장
▲ 이은경 정치부장

어느 것 하나도 느닷없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 시작이 있고 과정도 있고 그 속에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어떤 결론이 난다. 그 결론은 바른 시작과 좋은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가 기대하는 이른바 '훈훈'한 결말을 가져온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삼풍백화점이 붕괴됐을 때 우리는 모두 경악했다. 그러나 이 건물과 다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혼자 무너지고, 붕괴된 것은 아니다. 성수대교가 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까지에도 과정이 있었다.

초고속 성장을 통해 해외 여러 나라의 주목을 받기에 급급했고, 보여주기 식 또는 안일한 사회 문화 등이 우리나라 전체를 감싸 안으며 벌어진 문제였다. 지난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 성수대교 붕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서울 한복판에 놓여진 다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후 우리는 부실공사, 부실감리, 부실안전검사 등의 단어를 내뱉으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듬해인 1995년 6월29일 우리나라 대표 부촌인 강남 한복판에서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했다. 사망자 502명, 실종자 6명, 부상자는 937명을 기록했다. 무리한 확장공사가 건물 부실을 키운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너나없이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그래서 세상이 변한 줄 알았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서도 부실한 선박 관리감독을 시작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한 부실이 떠올랐다. 또 여지없이 부실을 바로 잡는 후속 대책 등이 잇따라 나왔다.

우리는 알고 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작, 올바른 과정은 필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오로지 결과에만 주목하고 있다. 갖가지 현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시각은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됐을 뿐이다. 시작과 과정은 내 탓이 아니라는 식이다. 좋지 않은 시작과 좋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어떻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야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현안들도 마찬가지다. 수도권매립지, 제3연륙교가 대표적이다. 인천을 중심에 놓고 올바르게 시작하지도, 바로잡지도 못한 채 덧없이 시간만 보낸 것이 사실이다. 인천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입김은 서울, 경기도가 셀 뿐 아니라 제3연륙교는 양대 민자도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시작부터 인천이 철저하게 소외되는 그릇된 상황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처음부터 인천이 철저하게 무시된 사업이 어느 날 갑자기 인천을 주인공으로, 인천 입맛대로 만들어 주기는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흘러온 현안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인천을 줄곧 사랑한다며 지켜왔다는 정치인들은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묻고 싶다. 그동안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 과연 시작과 과정에 책임이 없었을까.

시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은 현재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에 지쳐가는 시민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남 탓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함께 해보자는 정치인들은 없다.

시민들의 안목은 자꾸만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수는 너무나 얕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갖가지 입장을 이제는 곱씹어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비방과 흑색선전, 남 탓만 일관하는 정치판에서 시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에 총선이라는 국가적인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이 같은 그들만의 공방은 더 지독해 질 것으로 보인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치가 실현돼야 인천이 살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좀 더 밝기 위해서는 부실을 바로 잡고, 상식이 통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기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는데다가 메르스 여파까지 겹치면서 온 국민들은 시름에 빠져 있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오늘의 인천이 있기까지. 도대체 어디에 계셨나요. /이은경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