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사양] 여성 독백체로 구성된 중단편 선집

'인생에 있어서 대개의 함정은 다자이가 예고해준다고 믿고 있다. 다자이의 문학은 내게 예연서였다.'

201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인 마따요시 나오끼의 말처럼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48)는 일본에서 고난의 시대에 맞서 패자의 문학을 지향한 영원한 청춘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창비세계문학 44번 <사양>은 '패자(敗者)의 문학'을 지향한 일본 데까당스 문학의 기수, 다자이 오사무의 페미니스트적 진면모를 새롭게 조명한 중단편 선집이다.

일본의 패전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새로운 사조, 새로운 현실, 새로운 문화를 갈망했으며 새로운 표현을 추구한 '청춘'의 작가였던 다자이 오사무. 이 책에선 그의 작품세계가 확장되고 완성된 중후기 대표작 중에서, 여성에 대한 작가의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최초의 작품인 <등롱>을 비롯해 <인간 실격>과 더불어 독자의 큰 사랑을 받는 <사양>까지 '여성 독백체'로 구성된 대표 중단편 10편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일본 내 사회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데카당스 문학'의 거대한 획을 그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재조명되고 있다.

다자이는 이십대 후반까지 전시(戰時)의 시대적 광기 속에서 방황과 갈등을 계속했다. 당시 일본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변화와 혼란이 극심해 국민들의 정신적 불안이 팽배해 있었다. 특히 1931년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전시체제를 구축하고 1937년에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국가 총력전에 돌입해, 다자이는 이 시기를 "우리에게는 고난의 시대였다"고 토로했다. 이토록 혼란한 시기를 보내며 1939년 이시하라 미치코(石原美知子)와 결혼하기 전까지 네번이나 자살을 기도했고, 약물중독 등으로 인해 죽음을 의식한 자전적 작품을 많이 썼다.

이런 이유로 다자이에 대해서는 꽤나 오래 우울한 파멸형 작가라는 점이 강조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던 즈음의 신문 논평('아사히 신문')은 그런 평가와 달리 왜 다시 다자이의 문학이 독자들에게 큰 힘을 주는가를 명확하게 시사한다.

"다자이는 사회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인생과 작품에 아로새겼다.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강한 작품'은 뜨겁게 읽힌다. 자신과 타인의 약함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약함과 마주하지 못하는 젊은이, 내일이 보이지 않는 시대 등 우리는 저세상에서 턱을 괸 다자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다자이는 일본의 패전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스스로를 보수파라 선언했으나 새로운 사조, 새로운 현실, 새로운 문화를 갈망했으며 새로운 표현을 추구한 '청춘'의 작가였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창비, 368쪽,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