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모 백화점의 요청으로 운세이벤트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현장 실습의 경험을 살릴 겸 제자 세 명을 동원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멍석을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 남아 각자가 어떻게 이름을 풀이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당시만 해도 이름이 중요하다고는 느꼈지만 사주에 비하면 그까짓 이름이 무어 그리 중요할까 대충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주일간 천여 명의 이름을 풀이해주고 보니 필자의 생각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름이야말로 개운의 요체가 됨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알게 모르게 은연중 이름을 무시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는 순간, 새로운 학설을 창조해 놓고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름의 위력 앞에 새삼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례들이 행사기간 중에 연이어 나타나는 걸 제자와 함께 확인하면서, 비로소 저변확대의 다짐을 새로이 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반백의 중년이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름풀이를 귀동냥으로 재밌게 듣고 있었다. 막상 차례가 오자, 본인의 이름을 묻기에 앞서 아들인 1981년 辛酉생인 김호빈의 이름풀이를 청했다.

81년생은 辛酉생으로 천간(天干), 지지(地支)의 명운이 똑같다. 이러한 배합의 명운은 천간과 지지가 다른 사람의 명운보다 그 효력이 두 배로 강하게 작용한다."정신 질환을 겪게 되는 이름인데....."제자는 끝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했다.

중심명운의 3은 의식주가 풍부하고 두뇌가 총명하며 직감력이 남다르다.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특성이 강하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러한 생각을 나타내는 사고의 인식을 중첩된 인성 0.9가 극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히게 된다. 더욱이 겁재 2가 재성(재물) 5.6을 극하다보니 하는 일마다 실패를 본다.

거듭된 실패가 좌절로 이어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심리적 불안정에 정신적인 질환을 앓게 된다. 따라서 김호빈의 이름은 간지(干支)가 같다보니 그 작용이 더욱 가중되어 흉이 대흉으로 변하게 된다.

제자가 이와 같이 또박또박 설명해 주었는데도 중년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순간 자신이 잘못 풀이한 것이 아닌가. 주눅 든 표정이 되어 안절부절 못했다. 그때 마침 제자와 눈이 마주쳐 안심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설명이 전부 맞으니 걱정 말고 다음 얘기를 이어가라고 눈짓했다. 그랬더니"우선 공부와 인연이 없고 부모덕이 없으며 재물과 처덕이 없어요."그러면서"일찍 이성에 눈을 뜨다보니... 불륜의 애정...행각도....."

이번에도 다음 말을 잇기 못하고 머뭇하자, 중년은,"그래...요...! 순전히 이름갖고만....?"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단순히 이름 석 자 만으로 아들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얘기해 주자 믿기지 않는지 뒷사람의 눈치를 살펴가며 이것저것 묻기 바빴다. 누구보다 이름에 대해 놀란 사람은 바로 반백의 중년이었다.

이처럼 파동의 소리 에너지는 놀라우리만치 인간의 운명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 때문에 반쪽 이론의 파동성명이나 한문획수의 작명법으로 이름을 지으면 그로인해 후회가 평생 따른다.

이벤트에서 만난 반백의 중년은 그 후로 우리 한글구성성명학에 매료되어 아들의 이름은 물론 손주의 이름까지 전부 개명해 주었다. 어디 그뿐이랴! 지금도 주변에 신생아만 태어나면 구성성명학을 소개하기 바쁘다. /예지연 다지음한글구성성명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