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선갑도의 수난에 부쳐
[문화산책]선갑도의 수난에 부쳐
  • 김진국
  • 승인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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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 시인
▲ 이세기 시인

선갑도가 심상치 않다. 섬주인이 산림청에 채석단지 지정을 신고한 터라, 조만간 섬이 183m나 파헤쳐질 수난을 예고하고 있다. 소식을 듣자하니 가뜩이나 폭염에 마음마저 새까매진다. 그것도 장장 17년 동안 채굴한다니! 선갑도가 어떤 섬인가. 아름다운 선경은 선접모운(仙接暮雲)으로 덕적팔경에도 올라있다.

우리나라 무인도 중 가장 큰 섬이자 해양에서는 보기 드문 산세(352m)를 가진 반도골의 터주로 영험하기 그지없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해질 무렵 노을빛을 한껏 머금은 웅장한 산세는 그야말로 풍악산에 버금간다. 황해의 금강이 따로 없다.

덕적군도 일대 섬 토박이들은 물론이고 반도수로를 항해하는 선박들에게도 선갑도는 등대이자 신령스러운 섬이다. 멀쩡한 섬을 채석을 위해 파헤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흉흉하고 고약한 심보다. 섬주민을 무시한 처사다.

채석장으로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책상 행정을 경계한다. 선갑도를 오랫동안 지켜 본 나로서는 한번 직접 가보라 권하고 싶다. 문제해결의 최선책은 현장에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곡은 물론이고 섬 둘레를 두루 일주해 보라. 그리고 인근의 섬인 국화도, 풍도, 장봉도 등을 둘러보라.

채석으로 파헤쳐진 섬이 괴물처럼 흉물이 되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다. 선갑도를 왜 지켜야하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선갑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무인도의 생태 보고다. 웅장한 산세는 황해의 '갑천하(甲天下)'이다. 오죽했으면 '선계(仙界)'라하여 '선접(仙接)'이라고 했겠는가.

인천섬연구모임이 발족(2012년)되고 인천의 섬들을 답사할 기회가 많았다. 나로서는 섬들이 역사를 잃어버리고 방치된 것을 보면서 무참히 서글픔을 느꼈다.

난개발 일색은 목불인견이었다. 토건주들은 섬의 가치에는 안중에 없다. 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섬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갯팃길'을 시멘트로 덮어버려 섬의 가치를 파괴해 왔다. 여기에 더해 군청은 노후된 부두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교육, 뱃삯, 해사 채취 등 현실적인 사안에는 눈감으면서 군유지였던 섬을 개인이나 기업에 팔아버렸다. 토건자본에 섬을 통째로 내맡겨버린 처사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섬 파괴 일색인 섬개발 열풍은 언제 끝날 것인가? 섬주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고 떠들어대지만 실은 이윤에 눈먼 먹튀 토건자본만 살찌게 할뿐이다. 종국에는 섬과 섬주민을 희생양 삼아 소수 대자본의 배만 불릴 것이다. 이래저래 섬의 수난은 남 일이 아니다.

선갑도는 유구하다. 덕적군도의 본향이라고 할 정도로 섬사람들에게 선갑도는 '덕적군도의 혼'이다. 조선 제2의 황금어장이었던 뱅이어장을 비롯하여 제1급의 피항지로도 역할을 했다. 여기에 덕적군도의 탄생설화인 '망구할매 전설'이 깃든 영겁한 기상을 가진 섬이다.

망구할매는 '새우의 신'으로도 추앙받아 선단여와 함께 이 일대 섬 전설의 보배로 알려져 있다. 먹구렁이, 누룩뱀, 황구렁이를 비롯하여 가침박달나무, 연꽃꿩의다리, 백리향 등 멸종 희귀동식물의 낙원이다. 섬으로는 보기 드물게 역사문화와 자연생태가 조화로운 섬이다.

화수분을 닮은 '스토리 아일랜드'로서 품격을 갖췄다. 이런 섬에 그까짓 골재 얻자고 수억 년 겹겹이 살아 숨쉬어온 생명의 땅에 삽날을 꽂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가장 아껴야할 것은 먼 데 있지 않다. 서까래 내줄려다 기둥뿌리까지 내주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난개발을 능사로 여겨 덕적군도의 섬주민을 능욕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나부터라도 당장 부지깽이라도 쥐고 달려가고픈 마음 절절하다. 가뜩이나 굴업도 핵폐기물 처리장, 골프장 건설 등으로 수난을 겪어온 덕적군도 일대의 섬에 더 이상 생채기를 남겨서는 안 된다.

섬을 섬답게 보존하는 것도 미래의 훌륭한 '문화인천'의 보물이거늘, 어찌 인천 섬들을 단견으로 사납게 죽이려 하는가. 지속가능한 섬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자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지속가능성이 빠져있는 개발만이 섬을 살린다는 논리에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수레바퀴가 빠져있다. 이는 곧 공공선(公共善)의 죽음이다. /이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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