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스물 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스물아홉 청년 '오랜 꿈' 기자 버리 화물선 타고 전세계 유랑생활 도전…"틀리고 넘어지는 것 두려워 말라" 조언

내 길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막상 해보니 내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되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인생' 사이에서 어떤 것을 고르는 게 현명한 선택인가.

새책 <스물 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는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청년백수가 마도로스가 되어 전 세계를 유랑한 뒤 기록한 스토리텔링이다.

스물아홉. 현재보다 나은 서른을 꿈꾸며 고군분투하지만 대부분 뜻한 바와 달리 점점 루저가 되고 있음을 예감하는 나이. 슬슬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고, 눈앞에 닥쳐오는 현실을 곧이 받아들이기 힘든 막바지 젊음의 나이다.

저자 김연식은 엉뚱하게도 그 나이에 배를 타기로 결심했다. 전 세계를 구경하고 싶다는 꿈에 '도전'한 건지, 막막한 현실에서 '도망'한 건지 애매했지만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부딪쳤다. 이 책은 그렇게 배를 타면서 지난 4년간 그가 보고 만지고 맛봤던 세상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생의 항로를 벗어나 지구 반대편, 다들 꺼리는 불확실한 곳에 갔더니 머릿속으론 짐작도 못할 무언가가 있더라는 이야기다.

# 모두가 간다고 안전한 길은 아니다, 조금 벗어났다고 틀린 것도 아니다

기자가 되는 건 저자의 오랜 꿈이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도 하기 전 바라던 신문사에 입사했다. 기자의 나날은 뜨거웠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내성적인 성격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자란 직업 선택은 자신의 적성과 무관하게 남들 눈에 그럴싸한 직업으로 고른 것도 같았다. 꾸역꾸역 버틸 것인지, 새 길을 찾을 것인지 고민한 끝에 용기 내어 사표를 던진다.

그렇게 백수로 지내던 그는 우연히 선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바다로 나왔다. 해양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그에겐 기댈 언덕도, 피할 그늘도 없었다. 최하급직 실습생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배우고, 온몸으로 부딪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두드리다보니 어디선가 길이 열렸다. 최하급직도 참고 견디니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찾아왔다.

바다는 놀라운 장면으로 넘치고 항구는 재미난 이야기로 북적였다. 개미 같은 현지인들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삶의 현장. 매번 멋모르고 나가서 제법 푸짐한 견문을 안고 돌아왔다. 그렇게 지난 4년간 축구경기장보다 큰 부정기 화물선을 타고 서른두 나라, 46개의 항구에 기항하며 전 세계를 유랑했다.

# 삶을 바꾸기 위해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것, 한 번이라도 독하지 않기엔 청춘이 너무 짧다

그의 선택이나 꿈은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안전한 항로 대신 가슴이 시키는 일을 선택했고, 그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나갔다. 저지르고 실패하고 성찰하고 일어서며 나름의 방법으로 도전을 계속했다.

"대학 때는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신문사에서는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려다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고, 백수가 되어서는 세상이 나만 따돌리는 것 같았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링 위에 살 때는 원망과 질투, 비관과 절망밖에 없었다. 질주하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푸른 하늘도 먹구름 낀 것처럼 어두워 보였다. 그런데 인생의 항로를 급히 틀어 바다에 가니 그곳엔 경쟁이란 게 없다. 하루를 조금은 지루하게, 그러나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새로운 법칙과 리듬으로 지내는 사이 조금 더 넓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여유도 생겼다."

고단한 현실 앞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푸념하는 청춘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면 틀리고 넘어지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로맨틱한 방황 대신 아는 만큼 실천해야 나다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이다.

더불어 책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항해사란 직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항해사는 무슨 일을 하고 항해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저자 자신의 경험에 견주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김연식은 중앙상선 2등 항해사로 학창시절부터 기자가 되는 꿈을 품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지만 낙제 끝에 2.99학점으로 겨우 졸업했고, 그 와중에 간신히 신문기자가 되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3년 만에 사직했다.

청년백수로 방황하던 중 뱃사람의 허풍에 홀려 선원이 되었다. 축구장보다 큰 부정기 화물선으로 매년 지구를 네 바퀴쯤 돌고 열두 나라 항구에 기항한다. 지중해, 희망봉, 보스포루스, 마젤란해협, 수에즈, 솔로몬제도 등 전 세계 온갖 뱃길을 누빈다. 2012년 <지구별 항해기>로 제48회 신동아 논픽션에 당선됐으며 2013년엔 단편소설 <흥남 27호>로 제7회 해양문학상을 받았다.

김연식 지음, 예담, 296쪽,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