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절망하기

이외현 시인의 첫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가 출간됐다. 이외현 시인은 전남 진도에서 출생해 2012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한 신예작가다. 현재 계간 <아라문학>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됐으며 총 7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시인은 '아직,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네가 있어 절망도 안심이다'라는 자서를 통해, 아직은 아무 것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크게는 현실사회에 대한 역설적인 신뢰를 분명히 해두고 있다. 인간의 비극적 존재성에 대한 이해와 그 비극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은 상호 용서와 따뜻한 소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밤중, 탱자 울타리 넘어 꽃 따러 갔지/ 꽃, 따기도 전에 가시에 찔려 아팠지…중략…낮달은 구름 속에서 또 숨죽여 울지/ 칠흑의 밤, 달은 흐린 빛을 내려놓고/ 산꼭대기에서 꺽, 꺽, 목 놓아 울지/ 천 년 동안, 폭포 같이 울었지'(시 '달, 실연하다' 중에서)

백인덕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안심과 절망이라는 두 어휘의 뉘앙스와 현대시의 여러 수법 중 알레고리와 아이러니 등을 대입하며 생각해 보았지만, 그보다는 이 명제 자체가 하나의 말실수를 겨냥한 것으로 읽는 것이 더 적절하게 보였다"며 "단순한 취향의 문제라면 자기 정신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시집에 노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안심과 절망을 동시에 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시인의 의도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은 추천의 말에서 "이외현이 꼬집는 세상의 아이러니와 병적인 세계는 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바탕 위에 세워져 있다. 막무가내로 세상을 비꼰다 하더라도 그 뿌리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절망을 해도 마음 놓고 절망할 수가 있다. 그러니 사실 이 절망은 절망이라고 볼 수 없다. 차라리 희망이다"며 이외현 시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현 지음, 리토피아, 128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