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전 경기민예총지회장
▲ 김영기 전 경기민예총지회장

박원석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지난 21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연정참여를 요청했다.

남 지사는 연정참여협의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도정과 관련한 정책제안을 했다. 그러나 제2야당의 가치를 도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정의당의 연정참여요구는 명분이 없다. 제2야당의 가치도, 가치반영의 필요성도 도민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도의회 강득구의장도 "정의당의 도민을 위한 정책 제시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등과 협의해 도정에 반영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다."라면서도 "연정의 주체는 도와 도의회로, 도의회에 의석이 없는 정의당이 연정의 주체로서 참여하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했다. 이는 기득권사수의 속내로 보여져 남 지사의 연정목표를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게 한다.

남경필지사의 연정철학은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승자독식 권력구조의 개편"이다.

"여야, 진보 보수가 끼리끼리 나눠먹기 하는 정치문화를 지양하고 힘을 합쳐 국가적 난제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종북좌파만 빼면 어떤 세력이나 어떤 정치인과도 논의가 가능하다."며 승자독식의 현 양당체제보다는 권력이 분산되고 다양한 정당의 연정이 가능한 독일식 정치체제를 토대로 한 정치시스템의 변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정책연대부터 시작해 그에 따른 결과로 부지사는 물론 추가로 인사권을 야당에게 줄 것"이라는 소신 있는 발언을 도정에 반영하고 있다. 민주화투쟁의 시대를 넘어 민주주의구현의 시대에 맞는 정치철학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제1야당도 승자에 속한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보단 연정을 통한 분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연정이란 다당제, 내각제에서만 볼 수 있는 연립정부를 일컫는다. 독일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이 없이 다당제 연립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운영을 한다. 다양한 정책과 이념의 군소정당들이 국민들이 선택을 통해 고르게 가치실현 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고 여긴다.

연정의 핵심내용은 '정책'적 연합으로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내각참여형 연정'과, 입각하지 않고 정책협조만하는 '각외연정'이다. 연정의 핵심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비슷한 정당들이 특정현안에 대해 '정책적 연합'을 하는 것이 주요내용으로 정책, 이념, 가치중심의 정당들 사이에 가능하다.

우리정치사에 연정이다, 연합이다, 연대란 단어는 이전부터 숱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정치연합은 있었어도 정책연합은 전무했다. 정당정치의 궁극적 목표가 정권창출이기에 막말로 말해 권력쟁취의 수단에 불과했다.

백번 양보해 연정을 인정해도 우리의 정당들은 정책이나 이념, 가치가 너무나도 다르고, 양당제적 환경으로 반목과 대립이 난무하다.

당론을 앞세워 당파간, 계파간의 정쟁이 두드러지고, 토론과 대화 등을 통한 이해와 설득의 정치에 미숙하여 계파나 정파의 이익이 국익보다 우선시 되는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정쟁의 정치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대통령제에 익숙한 우리의 정서, 국회에 대한 신뢰도,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비 마저 '특혜'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 또한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남 지사는 정책적 협력을 뛰어넘어 정치적 연립을 실행했다. 후보단일화를 하지도 않고, 정책연대도 없이 온전하게 도지사에 당선됐는데도 말이다. 이는 5선경력의 국회의원으로 경험하고 정립한 정치철학의 확고한 의지실현이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연정의 목표와 내용을 분명히 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론 미심쩍잖다. 연정에 함께하는 동반자들의 목표를 확인할 바가 없으니 말이다.

도의회 혁신 및 지방분권강화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의 도의원들은 연정이 실질적인 내용도 없고 어떻게 추진되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단다.

경기도의회가 20개 연정정책 합의문에 따른 76개의 세부 실행안을 상,중,하로 구분하여 산업역사박물관 건립사업을 비롯해 생활체육시설 건립사업, 반환공여지 및 주변지역 맞춤형 개발사업 등 선심성 성격이 강한 개별 사업들을 매우중요 등급인 상으로 분류하여 연정예산이 나눠먹기 예산이냐는 목멘 소리가 들린다.

목표가 좋으면 모순된 과정들은 바로잡아 나가면 된다. 그러나 모순이 반복되고 커져서 목표가 왜곡 된다면 연정의 실험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패자의 승리를 예고할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연정은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민,관,정의 협치를 받쳐주는 제도의 완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도민과 함께하는…/김영기 전 경기민예총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