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투기세력의 공격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거래가 가장 뜸한 시간에 대규모 매물을 내놔 한순간에 가격을 급락시켜, 투자자들의 손절매도를 유도하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틈을 노려, 가격 하락 때이익을 보는 공매도(short-selling) 투자자들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 뒤 가격이 하락하면 그 자산을 시장에서 싸게 사들여 더 높은 가격에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이다.

20일(런던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 금거래소 개장 직후, 2분만에 5톤의 현물 금매도 물량이 나왔고 이는 다시 뉴욕과 상하이 거래소의 추가 선물매도를 불러와 금값이 급락했다. 5톤은 약 2억달러 규모로 상하이거래소의 일일 평균 거래량의 거의 5분의1 수준이다.

금 가격은 한때 온스당 1,086달러까지 밀려 4% 넘게 떨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상하이에서 대규모 매도물량이 나온 뉴욕시간으로 일요일(19일) 오후 9시30분께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의 선물·옵션 전자거래 플랫폼인 글로벡스(Globex)에서 24톤 규모의 금을 매도하는 7천600개의 계약이 나왔다고 금 리서치업체 샤프스 픽슬리의 로스 노먼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거의 같은 시간에 상하이 거래소에서는 모두 33톤의 매물이 나와 수분 사이에 두 거래소에서 57톤의 매물이 한꺼번에 나왔다고 전했다.

급격한 매도세로 CME에서는 두 번이나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노먼 애널리스트는 "투기세력은 가장 큰 효과를 얻기 위해 (아시아 시장의) 이른 아침과 일본이 휴장한 최적의 시기를 선택했다"면서 "공매도 세력이 레버리지를 이용해 (기술적) 손절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런던 소재 마렉스 스펙트론의 데이비드 고벳 귀금속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 주의 가장 조용한 시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의 트레이더들은 잠자리에 들거나 주말을 즐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투기성 거래는 중국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공개한 후에 이뤄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6월말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이 1천658톤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집계치를 발표한 때보다 60%나 늘어난 것이지만 시장은 이것보다2~3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또 3조7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에 비하면 극히 적은 것이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이용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 투자매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그리스 위기와 중국증시의 폭락도 금값의 약세를 막지는 못했다. 2011년 온스당 1,900달러까지 올랐던 금값은 이후 40% 넘게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온스당 25.10달러(2.2%) 급락한 1,106.80달러에 마감해 2010년 3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금값은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