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뭡네까?』

 인구는 보따리를 받으면서 물었다.

 『가다가 드시라고 주먹밥 좀 쌌습네다.』

 『고맙습네다.』

 『다음에도 입쌀 실으러 오시면 꼭 들리셔야 합네다. 오늘 복순 동무가 너무너무 좋아했시요. 약속하시갔습네까?』

 인구는 치부를 다 드러내 보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관장은 혼자 실룩실룩 웃어댔다. 성복순 동무와 첫 경험을 가진 뒤부터 계속 불안해하면서 진땀을 질질 흘리고 있는 인구의 모습이 10년 전 자신의 초상을 보는 것처럼 자꾸 웃음을 끓어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구는 그런 사관장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다. 사람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혼자 실룩실룩 웃어대는 사관장이 못마땅하기만한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사관장과 자신은 이제 혼자 행동할 수 없게끔 어딘가에 꽁꽁 묶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숲에서 떠나올 때 강영실 동무가 속삭이듯이 한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서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다음에도 입쌀 실으러 오시면 꼭 들리셔야 합네다. 오늘 복순 동무가 너무너무 좋아했시요. 약속하시갔습네까?』

 꾸불꾸불한 리복실고개를 올라가는데도 그 인사말은 잊혀지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엄포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에미나이들이란 사내와 같이 주기적으로 라체오락을 하여야만 살 수 있는 동물처럼 느껴져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겉과 속이 어떻게 그렇게 다를까? 음전해 보이던 성복순 동무가 허연 앗짜를 출렁거리면서 자신의 배 위에서 뽐뿌질을 해대던 모습이 차창에 일렁거릴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신열이 확 끓어오르면서 눈앞이 흐려지기도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인구는 부르르 몸을 떨다 운전대를 바로 잡았다. 리복실고개 정상에서 개성직할시 장풍군 쪽으로 넘어가던 화물차는, 인구가 급하게 제동기를 밟으면서 운전대를 수정할 때마다 심하게 차체를 흔들면서 기우뚱거렸다. 제동기가 말을 듣지 않으면 순식간에 산비탈로 굴러버릴 것은 공포감이 전신을 엄습해왔다.

 인구는 급하게 차를 세우면서 사관장을 훔쳐보았다. 야, 운전대 좀 똑바로 잡으라, 하면서 금방이라도 호통을 칠 것 같은 사관장의 표정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사관장은 벌써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잠에 곯아 떨어져 대르릉 대르릉 화물차 엔진 소리만 내고 있었던 것이다.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사관장도 나체오락을 많이 즐긴 것 같았다.

 인구는 그때서야 뭔가를 좀 알 것 같아 차를 세우고 내려왔다. 좀 쉬었다 가야지, 이대로 가다가는 사고라도 일으킬 것 같아 불안했던 것이다. 그는 차의 앞바퀴 밑에 돌을 하나 고여 놓고 적재함부터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