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예방·차단 메르스 이겨냈다
공항 병원 등 감염 확산 방지
지역병원 이용 진원지 방문 적어
의료진 헌신적 노력 시민 격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 20일. 중동을 여행하고 온 이 감염자 한 명이 2000명이 훌쩍 넘는(7월5일 현재) 격리자를 발생시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메르스 발생 한 달을 넘기고 있지만 여전히 온 나라가 신종 감염병에 포획된 듯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인천만은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으면서 줄곧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인천이 유독 메르스에 깨끗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제기됐지만, 그렇다고 인천이 메르스에서 자유로웠던 건 아니다. 타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 감염자가 인천의 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고 또 다른 종합병원의 간호사가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여 이와 접촉했을 수백명이 위태롭기도 했다.시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못 갔고 지역경제는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동 방문자 중 의심환자들이 1차로 인천의료원으로 집결했다. 인천시민들은 언제라도 제2의 1차 확진자가 인천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야 했다. 여러 요건이 들어맞아 확진환자 '0'을 지키고 있는 인천. 인천시 정부와 의료기관, 시민들이 힘을 모아 기존의 대응체계를 이어나가는 한편 혹시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에 메르스 왜 없나

인천은 지난 5월20일 이후 지금까지 유사 증상을 보이는 의심환자와 증세가 없는 모니터링 대상자 수만 100명 이하 수준에서 오르락 내리락 했을 뿐 모두가 의심 단계에서 끝났다. 검사를 해 보면 메르스가 아니거나 장염과 같은 다른 질병이었다.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국에서 메르스 확진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곳은 인천과 함께 울산, 제주 등 3곳 뿐이다. 시는 인천시민들이 관내에서 병원 이용을 해결하면서 서울이나 경기도 등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적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인천이 대도시인만큼 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 같은 3차 대형병원이 있어서 굳이 다른 지역의 병원에 원정 진료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1년 보건의료산업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인천은 서울 종합병원 입원 비율이 영호남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 중 가장 낮았다. 인천의 서울 종합병원 입원 비율은 13%로, 경기 29%, 충북 15.7%, 충남 15.5%, 강원 14.5%보다 적었다. 또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동선이 인천과 겹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가 되고 있다.

메르스의 진원지가 된 평택성모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을 문병한 인천시민이 많지 않았고 이들이 인천으로 온 사례가 드물었다. 여기에 서울이나 평택 등에서 전파가 먼저 시작되며 인천지역이 상대적으로 초기 대응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가진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청정지역 깨지나', 위촉즉발 순간들

메르스 환자 '0'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다른지역과 같은 불안감을 안고 지냈다. 언제든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고 그런 징후들이 포착되기도 해서다.

지난달 2일 인천 한 대형병원에 타지역의 환자가 이송된 사실이 알려진 때는 "인천도 뚫렸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새벽 경기도에서 확진된 21번 환자가 인하대병원으로 넘어왔다. 도내 격리를 위한 음압시설이 부족했던 때문이다. 병원과 인천시는 이송과정 중 전염 가능성을 차단했으며 인하대병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환자를 받았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 환자 이송을 결정할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시 정부에 알리지 않고 '몰래' 이동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보건 당국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인천으로 확진 환자를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고 전염병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며 불안해 했다.

지난달 17일 인천 검단탑병원의 한 간호사가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며 인천은 또 한번 메르스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열이 38.6도까지 올라 집 근처 김포시 장기동의 한 병원을 찾아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탑병원은 곧바로 홈페이지에 이와같은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간호사의 증상이 나타난 기간 병원을 찾은 외래나 입원환자와 같이 일했던 의료진을 포함해 969명의 명단을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간호사가 확진판정 날 경우 '청정지역'이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인하대병원 확진자는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고 퇴원했다. 치료 기간 중 누구도 감염되지 않았다. 탑병원 간호사는 3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돼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인천의료원에 격리됐던 수십명의 의심환자들도 차례대로 음성 결과를 받았다.

▲인천, 메르스 안전지대 계속 유지할까

확진자가 없는 것은 물론 인천지역은 메르스 유증상자도 거의 없는 상태를 고수하고 있다. (7월15일 현재) 현재 시가 관리하고 있는 메르스 관련자는 70여명에서 30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 대부분이 무증상자 이지만 서울 삼성병원이나 평택성모병원 같은 진원지를 다녀갔던 대상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천관내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관리자를 진료한 건수는 3953건이다. 보건소들과 120 콜센터로 들어온 상담 건수는 2만1001건에 달한다. 개인이나 단체, 기관에 배부된 마스크는 18만375장. 손소독제 2만5062개가 뿌려졌다.

현수막이나 안내문을 지역 곳곳에 붙여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 메르스를 예방하고 계속해서 청정지역을 지키자고 홍보했다. 인천시 보건당국은 현재 전국적인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환자 1명이 추가 발생하자 당초 7일까지 정했던 능동감시기간을 오는 17일로 연장하며 비상시국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에서 메르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해외유입 신종감염병에 대한 방역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