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칭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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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칭우 경제부장

5월20일 첫 확진환자 발병 이후 메르스를 축구에 비유하자면 전반전이 끝난 후반전에 있는 듯 하다. 전반전에는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초기 대응에 잘못했다, 구멍이 뚫렸다, 자만과 방관이 화를 키웠다 등 온갖 비난이 줄을 이었다.

메르스에 대한 대응은 언론에 등장하는 대통령이나 총리,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및 역학 전문가들이 실제 업무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자만과 방관을 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아직 사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묻더라도 사태를 종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종 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수가 매우 적고 국제적으로도 이 질병에 대한 정보, 특히 역학적인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먼 중동에서 발생했기에 많은 의료진들도 메르스란 질병 이름이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질병관리본부에서 세계보건기구 등의 권고에 따라 공중보건위기 대응 차원에서 메르스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신종플루 때처럼 해외 유입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격리 병상 등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대응체계는 너무나 미흡했다. 사스에 대처하는 참여정부와 메르스에 대처하는 박근혜정부와의 차이점에 대해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공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은 심리학에서 시작해 통계학으로 진정돼 의학으로 정리된다고 한다. 잘 알지 못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를 때, 나와 내 가족이 직접 위협을 받는다고 느낄 때 공포심은 커지게 마련이다.

처음 겪어 보는 메르스 질병, 뜬금없는 낙타접촉 금지와 같은 황당한 대처방안, 어느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르는 불안감 등으로 인해 염려가 불안이 되고 점점 공포로 커져 가는 것이다. 전문가나 언론, 사회 전체가 재난이나 감염병 같은 국가적 재앙에 대해 일정한 매뉴얼을 갖고 정확한 정보와 대처방안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르스에 대처도 이제 일정한 사례를 구축하면서 통계학으로 넘어가는 수준에 이른 듯 하다. 이제 후반전을 맞고 있는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현상을 판데믹(Pandemic)이라 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합성어로 판(Pan)은 '모두'를, 데믹(Demic)은 '사람'을 뜻한다.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돼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역사 속의 감염병인 흑사병, 콜레라, 천연두 등이 해당된다.

판데믹 현상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판데믹 수준으로 번질 경우 심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1990년 이후 세계적으로 고위험군 질병의 발생이 3~4년 주기로 반복되면서 인명피해를 비롯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지고 있다. 특히 급속한 세계화의 진전으로 교역이 빈번해지면서 국가간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글로벌 10대 트렌드' 보고서 가운데 '질병경제학의 부각'을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이들 신종 고위험군 질병으로 최대 4조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로 인해 4922명이 사망했으며 2014년 10월 기준으로 적게는 16억 달러, 많게는 26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으로 전세계에서 사망자는 30명에 불과했지만 경제적 피해액은 3600억~4조달러로 2000년 이후 발생한 고위험군 질병 가운데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신종플루 진원지인 멕시코와 중남미의 경우 원유와 농산물, 광물자원 등 원자재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

사스가 발생한 홍콩은 2003년 1분기 방문자 수가 20만명에도 못미쳐 평균 80% 내외를 유지하던 홍콩의 호텔객실 예약률이 20%수준으로 급감했다. 메르스로 인한 내수경제 피해액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 한다.

소을 잃었다. 그것도 여러 마리를 잃었고 잃지 말아야 할 소마저 잃었다. 생업인 축산업을 포기하지 않는 바에야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내 소를 잃지 않고 남이 소를 잃었을 때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수 있다.

언젠가 일어날 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대를 양성하는 것 만큼이나 반드시 일어난 국경을 뛰어 넘는 재앙에 맞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일정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메르스 청정지역이라는 것은 운이 좋아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천시가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