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인천연수구청장
▲ 이재호 인천연수구청장

경인고속도로 종점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동쪽으로 가다가 연수구 옥련동에 다다르면 연못에 둘러싸인 언덕이 보인다. 인천광역시 기념물 8호로 지정되어 백제시대의 전승 유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능허대'이다.

능허대는 한성백제 근초고왕 시절인 372년 중국과의 통교를 위해 사신들을 태우고 떠났던 배의 발선처(發船處)로서 이때 백제가 사용한 해상교통로를 등주항로(登州航路)라고 하였다. 등주항로는 한강 하류역인 지금의 연수구 소재 능허대를 출발하여 덕물도(德物島:덕적도)를 거쳐 중국 산둥반도의 등주에 이르는 항로로서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대중국 해상교통로였다.

기록에 의하면, '능허대는 바다에 임하여 높이 100척으로 솟아 있어 대양을 바라봄에 막힘이 없다. 밑에 대진이 있는데 중국으로 들어가는 사신이 이곳에서 배를 띄워 산동반도의 등주와 래주에 도달하였다(인천부읍지)'라고 하여, 능허대가 이미 1500여년 전부터 한반도의 대외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실질적인 첫 개항지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더 넓은 세상과 교류하기 위해 발선처로 사용했던 해상교통의 뿌리 능허대가 이제 새로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능허대에서 바라다 보이던 연수구 서쪽의 드넓은 갯벌은 여의도 18배 규모의 송도국제도시로 탈바꿈했고, 그 서남단에는 하역능력 236만TEU 규모로 건설중인 '인천신항'이 웅장하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신항이 개장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인천신항의 시대가 열렸다. 인천신항은 8000TEU급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하여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유럽·미주 등과 직접 운송할 수 있게 되고, 신항개발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기존 인천항과 더불어 연간 500만TEU까지 하역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되어 명실공히 환황해권 중심 거점항만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선조들은 이미 1500년 전에 '대양을 바라보매 막힘이 없던' 능허대에 올라 더 넓은 세상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러한 웅대한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닐까? 선조들의 혜안과 선견지명에 한없이 겸허해진다.

동북아 허브도시 인천, 우리 인천은 지금 동북아를 넘어 세계 일류도시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를 포함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개발중에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국제항, 여기에 인천신항이 개항하면서 이제 명실공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힘찬 날갯짓을 펼칠 수 있는 완벽한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이 호기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전 시민적인 관심과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인천신항 개항에 즈음하여 그 관할권을 놓고 자치단체간 분쟁이 있는 것처럼 보여져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천신항을 어디에서 관할하느냐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행여라도 관할권 다툼이 지속된다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뿐 인천신항의 발전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항의 관할권이 아니라 인천의 역사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미래를 개척해 갔던 선조들의 시대정신을 되새겨 보고, 개항의 역사와 국가의 미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무엇이 국익을 위해 최선인지 그 길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인천신항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항만으로 만드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선조들이 능허대에서 꿈꾸던 미래를 실현하는 길이며, 우리 세대에게 남겨준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길일 것이다. /이재호 인천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