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창 서구의회 부의장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3차 감염은 없다'던 정부의 장담도 무너지면서 몇몇 지방정부가 소매 걷어붙이고 나서자,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며 정부에선 정치적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도 자고 일어나면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변국도 우려의 시선으로 교류사업 마저 하나씩 중단하고 있으며, 관광 취소가 대거 발생하는 상황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국민안전체계의 미비 상태는 개선되지 않은 채 국민만 정보통제 속에서 마스크를 쓴 채 메르스와 동거하는 셈이 됐다.

세월호 사고, 구제역 창궐 등 그간의 사례를 통해 보면, 늘 반복되는 것이 있다. 바로 초동대처의 미비와 정부의 무능을 꾸짖는 것이다. 이같은 지겨운 돌림노래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건 어째서일까. 의외로 이런 문제들의 근본원인은 자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책임지는 자세에서의 회피'가 국가안전체계 형성을 방해하여 왔다는 말이다.

책임질 일이 없으면 개선될 것도 없다
대통령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질 사람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제일 먼저 한 발 물러나버린다. 그러니 그 밑에 장관부터 누가 발 벗고 나서겠는가. 발을 담그는 것부터 책임있음을 자인하는 셈인데 말이다. 방역과 검역에 있어서 담당부처가 선수와 심판을 겸하고 있는 것도 정보통제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효과적인 대처를 못할 시에 책임지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골몰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고 있다.
결국 불안감 방지라는 미명하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귀결되는 구조적 문제로 보인다.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어느 병원이, 누가 환자인지를 모른다면 조심하려 해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 한참 지나서야 병원명을 공개하기는 했으나 이것도 삭제된 병원이 있는 등 개운치 않은 모양새다.

여기서 발생될 개인 인권과 공익 사이의 저울질도 책임지는 자의 책무에 포함된다. 이것을 감내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는 몇몇 지자체에 대해 주요 언론들이 과잉대응이라 질책을 하는 것도 결국 책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염병에 관한 한 정보통제와 사태추이에 대한 관망적 자세는 무대응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우리 서구에서도 이러한 정보의 부족이라는 답답함은 마찬가지다. 인천에서 아직 확진환자가 발견되지 않아서인지 일사분란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솔직히 손 씻고, 마스크하고, 군중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라는 것 외에는 딱히 전염병 대처 메뉴얼이 확실하게 가동되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서구의회 자체에서도 현재 이 사태를 주의관찰에서 적극대처로 옮길지를 두고 협의 중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적시적소에 효과를 가져 올 선제적 대응방안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역 일꾼으로서 주민을 위해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메르스 확산과 관련하여, 과연 지역발전과 공공안전을 위해 책임감으로 뭉쳐진 참다운 의회상과 의원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한다. 매순간 주민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찌보면 메르스로 인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책무에 관해 더욱 분투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