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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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환 편집국장

스페인 남단에 있는 인구 3만명의 작은도시 지브롤터는 영국의 직할식민지다. 군사요충지인데다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돼 있는 지브롤터는 영국의 세계화 전략의 중요 거점지다. 원래 스페인 땅이었던 이곳은 지난 1704년부터 300년 넘게 영국이 굳건하게 점령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그동안 여러차례 반환 분쟁을 벌였지만 요지부동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지 주민들이 붙어있는 땅 스페인으로 귀환을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지브롤터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금 무과세와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 주택공급 등 달콤한 후생복리 정책을 쓰고 있다. 지리적으로 먼 영국의 그늘에 안주하고 싶고 싶은 지브롤터 주민들의 심리를 이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에 있지만 지역 정서와는 동떨어진 외딴섬이자 이방인이다. 좀처럼 인천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어떤곳인가. 인천공항을 통해 작년 1조6798억원의 매출에 당기순이익만 6184억원에 달한다. 국내 공기업중 유일하게 11년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공항 이용객도 대형 공항 기준인 연간 4000만명을 넘어선지 오래고, 앞으로도 내·외국인 이용객수는 지속 증가 할 전망이다. 이바람에 인천공항공사는 콧대가 높아질대로 높아졌다. 솔직히 인천이 안중에 있을리 없다.

최근들어 유정복 인천시장과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만남이 잦다. 지난달에만 두번 만났다. 모두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유 시장은 인천공항과 관련한 현안 사항 해결을 지속 요구하고 있지만, 박 사장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성의 없이 "권한 밖"이라거나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다. 인천시민으로서는 열불나는 일이다.

먼저 항공정비산업(MRO)단지 문제를 보자. 국내외 항공기가 몰려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MRO를 유치해야 한다는 인천시의 현실론을 무시한채,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청주나 사천공항쪽에 눈길을 주고 있는게 현실이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인천시의회까지 나서서 MRO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중이지만 요지부동이다. MRO 선정은 전적으로 국토부 권한이지만, 인천공항공사 의중도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라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산자락이 뭉텅 잘려나간 용유도 오성산의 경우에도 인천시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입장이지만,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오성산 일대를 아예 다른 용도로 개발하자는 엉뚱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현물출자를 통한 인천시 지분참여나 인천공항 도시이름을 '인천'이 아닌 '서울'로 표기하는 문제 등도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천시민들은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싼 통행료를 내는 인천대교를 빼고 나머지 고속도로나 철도망은 모두 서울 시민들 편의로 만들어 졌다.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얼마전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공항에서 내뿜는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인천지역 전체 배출량의 1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질소산화물(NOx) 5.7%, 황산화물(SOx) 1.4%, 미세먼지(PM10) 1.5% 등이다. 치사한 것 같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항공기가 쉴새없이 뜨고 내리는 활주로 주변 옹진군 북도면일대 소음문제도 심각하다. 뿔난 지역 주민들은 인천공항공사에서 지역공헌헌금을 출연해 오랜 숙원인 영종-신도간 3.5㎞ 연륙교 건설을 소음문제 해결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을 쓸 법적근거가 없다"며 한발 물러나 있다.

인천공항은 오는 2017년 3단계공사가 완료되면 여객처리능력이 현재 4400만명에서 6200만명으로 늘어난다. 항공기 이착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음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 무조건 발뺌만 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인천시민들은 인천국제공항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도 이제 인천지역 여론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상생하자는 것이지 일방적인 기부나 적선을 바라는게 아니다.

환경파괴 등 모진 반대여론을 뒤로하고 '세계 최고의 공항을 만들어 인천에 보답하겠다'던 20여년전 초심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