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부국장

'말이 날 수 있을까?'(Can horses fly?)

스탠퍼드 대학을 세운 스탠퍼드(Leland Stanford)는 1887년 "말이 네 발굽을 떼고 공중을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2만50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현상금을 거뭐쥔 사람은 마이브리지란 사진사였다.

그는 달리는 말의 정지된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 원통에 부착한 뒤 이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켰다. 거짓말처럼 말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역사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는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을 제작한다.

이후 프랑스의 마술사 멜리에스는 <별나라여행>이란 영화를 통해 SF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영화발전에 불을 당긴다. 그렇지만 얼마 안 돼 영화시장은 할리우드로 옮겨간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유럽의 영화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전쟁 피해도 없고 어부지리로 유럽의 영화기술까지 얻게 된 미국의 영화는 눈부시게 만개한다. 프랑스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만든 게 바로 지난 13일 시작, 24일 끝난 '칸국제영화제'다. 베니스영화제나 베를린영화제 역시 영화의 본고장 유럽의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유럽의 3대 영화제는 '예술영화'란 이름으로 미국의 '상업영화'를 견제한다. 근래 들어 유럽의 영화제에서도 상업영화가 경쟁작에 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시민들에게 예술영화가 유익한가, 상업영화가 더 좋은가 논쟁을 벌이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다. 예술영화는 예술영화대로 개성이 강하고, 상업영화는 상업영화대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맛 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물리듯이, 아무리 재밌는 영화장르라 하더라도 반복되면 새 것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칸국제영화제의 가치는 바로 이 영화의 다양성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영화제 뒤에 숨은 '칸필름마켓'이란 거대 상업시장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이에 비해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천경기도를 대표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경우는 그 위상이 최근 점점 약화되는 것 같아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는 지난해 정치적 논란이 일던 <다이빙벨>이 상영되면서 올해 예산이 45%나 깎였다. 부천영화제의 경우 영화제조직위와 자치단체장의 갈등 이후 계속 잡음이 터져 나오면서 수년 전부터 인지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은 어떤가. 인천에선 아직 규모 있는 영화제는 개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천여성영화제'와 '인천환경영화제'가 매년 열리는 중이다.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은 주제의식이 강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들이다. 올해의 경우 인천여성영화제가 오는 7월9일~12일 예정돼 있다. 여기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영화공간주안'과 실버전용관으로 개관한 '미림극장'과 같은 예술영화관도 존재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면서 인천 영화관의 상징인 '애관극장'은 일반 멀티플렉스와 같은 영화들을 걸고 있기는 하다. 애관극장은 그러나 인천은 물론, 우리나라 영화관의 자랑거리로 외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의 작은 영화제들과 예술영화관의 운영은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상업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음에도 이들 작은 거인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시민들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공익성'을 많이 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은 영상산업의 발전가능성이 풍부한 도시다.

영화를 촬영할만한 장소가 즐비하고 작은 영화제들과 예술영화상영관 등 구색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인천에서도 규모 있고 개성 넘치는 영화제 개최를 고민해 볼 만하다. 영화는 문화의 중심축으로 기능 중이며, 마침 정부도 '문화융성'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