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 체육부장

'엄청난 빚'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인천시의 강력한 긴축재정 방침에 따라 돈줄이 마를대로 말라버린 체육계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예산이 없어 훈련 및 대회 출전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앞으로 빚어질 수도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고통에 더해 체육인들은 자존심에까지 상처를 입고 있다. 이제 체육행사가 벌어지는 현장 곳곳에서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순히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 이후 체육이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체육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인천시장은 인천시체육회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시 부채를 갚아야하니 향후 세워지는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때 무리하게 예산을 요구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문은 체육계에 빠르게 퍼졌고, 여기저기서 낙심한 체육인들의 한 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반응도 체육인들에게는 비수가 되고 있다.

인천시체육회가 특별회계인 '체육발전기부금'에서 인천시생활체육회의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참가비를 지원한 것을 두고 "시체육회에 돈이 많은가 보다"라며 비꼰다는 것이다.

하반기가 되면 선수와 지도자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인천시체육회로서는 속이 터질만한 상황이다.

시설관리 및 시(도)청 직장운동경기부 위탁 사업 예산을 제외한 인천시체육회의 예산 규모는 78억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체육회 중 14위에 불과하다. 지난해(114억4609만1000원) 예산 규모는 일곱번째였지만 올해 약 31.85%나 깎이면서 14위로 추락했다.

일부 항목의 경우 지난해 억단위에서 1000~2000원으로 줄었을 정도다. 실제, 선수들의 전력 향상을 위한 강화훈련비 예산은 1000원, 인천대와 인하대 등 지역내 대학이 운영 중인 운동부를 지원하는 학교체육 육성지원비 예산은 2000원에 불과하다.

특히 하루 5~6만원인 전국체육대회 출전비의 경우 올해 필요한 5억1207만6000원 중 2억6943만6000원밖에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인천시체육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칫하면 대회 출전마저 불투명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포상금 규모도 크게 줄어 선수들의 사기 저하도 불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인천 체육계는 1981년 직할시 승격 이후 전국체전 참가 이래 지금까지 한번도 거둔 적이 없는, 11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체육회가 인천시생활체육회에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참가비를 지원하게 된 배경에는 이른바 '정치권'인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있었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말 자신들이 건드릴 수 없는 국민생활체육회 지원금 8800만원만을 제외한 예산 전액을 깎아 사실상 시생활체육회를 식물조직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방선거 이후 야당인 송영길 시장에서 여당인 유정복 시장으로 권력이 교체되었지만 전임 시장 시절 임명된 야당 출신 사무처장이 임기를 내세워 물러나지 않자 예산을 무기로 그를 쫓아내려는 정치적 압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올 초 야당 출신 사무처장과 회장이 잇따라 물러났고, 여당 쪽 신임 회장과 사무처장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깎인 예산은 회복되지 않았다.

시생활체육회의 연중 행사 중 가장 큰 2015전국생활체육대축전(5월14일~17일) 참가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결국 '형제'랄 수 있는 인천시체육회가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렇게 돈을 꿔 대회에 나간 생활체육인들은 격려차 현장을 방문했다는 시청의 간부 공무원이 인천시선수단 총감독인 사무처장의 말을 짤라버리는 무례함을 범해도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해야하는 까닭에 항의조차 하지 못했고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아울러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인천시선수단 역시 역대 최저 규모다. 예산이 없다보니 15개 종목 가운데 6개 종목에만 참가한다. 인천시선수단 예산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 세종시에 근소하게 앞선 16위(4900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고 난 2015년 체육계는 발전과 도약은 커녕 오히려 부족한 예산과 체육을 애물단지 취급하는 일각의 시선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이들이 조속히 자존심을 회복하고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종만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