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달로스는 미노스왕에게 테세우스를 감금한 미궁을 만들어 준 건축가이다. 그러나 왕의 미움을 사 아들과 탑에 갇혔다. 탈출은 오로지 날아가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날개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조그마한 깃털들을 모으고 점점 더 큰 것을 밀초로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달아주고 날으는 방법을 가르쳤다. 마치 어미새가 새끼에게 보금자리에서 공중으로 유인하는 광경과 같았다.

 날개는 지구상의 모든 새들과 곤충이 가지고 있다. 혹 나르지 못하는 종류가 있기는 하나 그것은 다만 날개가 퇴화하여 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것으로 하늘 높이 비상하거나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하늘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어서 이 마을과 저 마을에 그리고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경계도 국경도 없다. 그러니 그들은 마음껏 하늘을 나른다.

 특히 조류의 경우 날개로 인해 어느 동물 보다도 활동적이다. 그 날개로 이동이 가능한 것은 물론 침입자가 있을 때는 싸워 이기는 무기도 된다. 또한 날개깃으로 어린 새끼들을 품는다. 다이달로스처럼 갇힌 곳에서 탈출할 수도 있다. 쉬러의 『행복에는 날개가 있음으로 해서 붙들어 매어 둘 수가 없다』는 말은 그래서 한 말이다.

 그 날개로 소설가 이상은 갇힌 단칸방에서 훨훨 탈출을 시도한다.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과 함께 날개야 돋아라 절규하면서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으려 안간힘을 쏟는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로 시작하는 「날개」에서 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인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지난 여름 창립한 인천여성장애인연대가 매월 소식지 「날개」를 발간키로 했다고 한다. 많은 단어들 중에 어째서 날개로 이름했는지 짐작이 갈 만하다. 그 날개로 장애의 굴레에서 훨훨 벗어나고 날개깃으로 병아리 보듬듯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