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 등의 97년도 예산결산 심의를 위해 22일 열린 국회운영위는 안건과는 무관한 영수회담,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과 정치권사정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해 청와대 예산이 새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결산심의를 아예 제쳐놓은 채 발언시간 대부분을 이들 정치 현안에 할애했다.

 한화갑위원장은 이를 예상한 듯 회의 초반 『결산과 관련된 질의만 해달라』고 주문했으나 한나라당 이규택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상시비가 일고 있는 최장집교수가 김대중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하는지와 현 정권의 통치철학과 정체성을 밝히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나라당 황규선의원은 『11월13일 북경에서 김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최연희의원도 『경성사건 등 사정에 대해 비서실장이 언급하는 것은 청와대가 사정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개입여부를 추궁했다.

 야당 의원들의 정치현안에 대한 질의가 계속되자 자민련 박신원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책질의는 국정감사에서 하라』고 제지했으나 오히려 한나라당 박시균의원은 『영수회담을 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예산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나 성실히 서면답변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현안에 대한 답변에 나섰다.

 김실장은 우선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조건과 토대가 성숙되면 영수회담이 필요하지만 조건과 토대 마련은 여야 정치권의 숙제』라며 「대화부재」의 책임을 정치권에 돌렸다.

 또 정치권 사정문제에 대해 김실장은 『사전보고를 받지 않는다』며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했고, 「김대통령이 안기부 등으로부터 판문점 사건을 보고받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실장은 이날 회의가 예산결산과 관련된 것임을 의식, 『IMF(국제통화기금)로 어려운 사정이지만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청와대 예산을 과거와 달리 「제로베이스」에서 편성해야 한다』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새 정부 들어 폐지된 「정무2장관실」에 대한 운영위의 97년 결산 심의는 신설된 여성특위에서 대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