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정치부장
▲ 이은경 정치부장

바닷길과 하늘길. 이 두 길은 인천을 줄곧 대표해 왔다. 항만과 공항은 인천 상징이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인프라이기도 하다. 역사를 가진 무역항 인천항과 세계 1위에 빛나는 인천국제공항을 동시에 껴안고 있는 도시는 국내에서 인천이 유일하다. 항만과 공항이 자리 잡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많은 사람과 화물이 몰려들기 좋은 곳이 인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영' 시원치 않다. 지원은커녕 갈 길 바쁜 인천에 오히려 다리를 거는 형국이다. 국제적 기준에 맞춘 인천신항이 오는 6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 처리를 위한 컨테이너터미널 건설을 요구했던 지역 여론이 수 년만에 반영된 것이다.

인천신항 건설은 사실 뭉그적이었다. 인천신항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뜬 것은 2001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7년여만인 지난 2007년 12월이었다. 인천에서 컨테이너 화물 증가는 뻔한 일이지만 인천항에 신규 인프라를 구축했을 경우 부산이나 광양 화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배후로 다양한 업종에 수많은 기업들이 물류비를 이유로 인천을 선호하고 있지만 인천은 부산과 달리 가까운 중국과 뱃길 한번 마음대로 열 수도 없다. 한국과 중국 정부 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중국과 가까운 인천항에 중국화물이 몰리게 되면 고전할 부산항을 정부가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도 정부가 인천항을 격려하기보다 나무라는 어의없는 일이 지금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닷길에 이어 하늘길도 턱 하니 막혀버렸다.

인천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인천시가 추진 중인 항공 MRO 사업 유치가 이번에도 정부 반대로 고꾸라질 위기에 놓였다. 시는 인천공항 인근에 항공정비특화단지를 조성, 항공정비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 유치 및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에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하자고 밝혔고, 인천공항공사는 상위기관인 국토교통부에 이를 질의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일부 지자체들이 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MRO 사업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인 인천공항공사가 특정 지자체안 인천시와 MOU를 체결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 간 MOU가 특혜라고 단정지었다. 정부가 말하는 공공자산인 인천국제공항의 안전을 높이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어떤 행동도 인천시는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인천국제공항 결항률은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국내선, 국제선 지연 및 결항 현황(정비불량 포함)'에 따르면 A/C정비(항공기 정비)로 인항 결항이 크게 늘고 있다. 2010년 총결항편 312편 중 A/C정비 불량 결항률은 8.3%에 이어 2011년 6.6%, 2012년 8.6%, 2013년 8.4% 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두배 이상 늘었다. 2014년 총운항편 12만1126회 중 결항편은 129회였다. 이중 A/C정비로 인한 결항편이 23회로 17.8%로 집계됐다. 전 세계 공항과 경쟁한다는 인천국제공항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칫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항공기 안전사고 발생 역시 우려할 수 있다. 현장을 떠난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대학 교육이 이미 오래 전 부터 현장 중심으로 돌아선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현장을 외면한 뜬 구름 잡는 교육은 현실성이 떨어져 죽은 교육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장과 학문이 따로 놀면 발목만 잡을 뿐이다. 항공 MRO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를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현장 중심이 돼야 한다. 항공 MRO 사업도 수요가 있고, 사업성을 고려한 민간사업자들이 몰려드는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현장과 괴리된 정책적 지원으로 타 지역을 염두해 추진한다면 항공 MRO 사업은 머지않아 실패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공공자산인 인천국제공항 위상도 추락할 수 있다.

정부가 항공 MRO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원한다면 정치가 빠진 객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야 한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고수한다면 향후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넘어 항공 안전과 국내 항공 산업 발전을 저해한 원흉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제는 온전히 항공 MRO 사업 발전만 바라봐야 할 때다. /이은경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