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로 57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지 1년만에 또다시 경기도 성남시 유흥주점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1년전 이맘때 우리는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떠나보내고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채 어쩔줄 몰라했던 당시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꼭 한해가 지난후 우리는 또다시 똑같은 모습의 화재사고로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이번 성남시 단란주점 화재사고도 최종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의 화재원인은 전기누전 및 환풍기 과열 등에 의한 인재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호프집 화재사고도 마찬가지로 부주의로 인한 인재였음이 밝혀진 바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 자신이 한심스럽다 못해 자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까지 이러한 부끄러운 인재를 답습해야 하는가. 언제 또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현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흔히 이같은 대형 인명사고의 원인을 「빨리 빨리」문화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의 조급성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찾고자 한다. 이러한 국민성과 사회적 모순이 만연돼 모두에게 안전불감증을 가져오게 되고 급기야는 인명경시풍조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대형 인명사고를 겪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안전불감증에 대한 탄식과 지탄의 목소리로 아우성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는냐는 듯이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이러다 보니 사고후 얼마동안은 책임자를 문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요란을 피우다 어느정도 여론이 식으면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고의 원인을 행정당국이나 당사자들의 부주의 때문만이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국민모두의 책임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당국으로서는 우선 직접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당국은 물론 국민모두가 안전의식 실천을 통한 구조적인 모순 타파에 나서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천지하철에 누수·균열

 개통한 지 불과 1년밖에 안된 인천지하철 전구간에 걸쳐 18군데서는 균열이 그리고 30군데서는 누수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보도다. 여기서 우리는 지하철 운행-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니게 된다. 지하철은 그 수송기능에 있어 버스나 다른 차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마련이기에 그렇다.

 지하철공사는 올 상반기부터 문학경기장, 갈산 등 12개에 하자보수를 진행중에 있고 특히 문제가 심각한 작전-갈산 등 3개구간에 대해서는 한자 검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균열과 누수현상에 대해서는 콘크리트의 건조, 수축과 온도 변화 등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전체 구조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갯벌매립으로 지반이 연약한 탓으로 균열, 누수와 같은 하자가 발생했다는 변명을 하고 있으나 우리가 듣기에는 어쩐지 어색하다.

 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하철이 얼마를 벌어들이느냐 하는 경제적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안전성」을 확고하게 굳혀나가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하철의 안전성을 완벽한 수준으로 높이는 일은 인천의 자존심차원의 과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염려할 만한 결함이 발생했다면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 놓을 게 아니라 지하철 전반의 운영체계와 부품기기의 검수체계, 설계와 시공의 하자 등을 완벽하게 재점검해야 할 때다. 다각적인 검토와 대책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만에 하나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겠으나 그보다 사전에 그런 위험요소를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져서는 안된다. 인천시와 지하철공사는 하자 보수를 하는데 좀더 철저한 자세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