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백화점 전용의 주차장이다. 고객용 셔틀버스들이 십수대씩 줄지어 서있다. 흡사 열병식에 참가한 병사들의 줄지어 선 모습 같기도 하다. 백화점 개점시간이 대개 상오 열시라니까 사실 이른 시간이랄 것도 없는데 아무튼 일정한 도색에다 행선지의 푯말과 번호표가 붙어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산뜻하고 장관이기까지 하다.

 이들 버스들은 전적으로 백화점 이용객들을 위한 서비스용이다. 백화점의 개점시간중에 정규 운행시간을 두고 행선지별로 고객을 실어나르는데 무료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면 영낙없이 버스가 등장 고객이 사는 아파트와 백화점 사이에 태워가고 실어다 준다. 그때의 주차장 주변은 양손에 쇼핑 꾸러미를 든 이용객들로 어느 버스 터미널 못지 않게 붐빈다.

 그러나 개중에는 빈손인 경우도 있고 귀가길의 학동들도 있다. 그것은 반드시 백화점 이용이 아니라도 승차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내버스 이상으로 편리하다. 백화점행이 아니라 인근의 나들이나 학동들의 등하교길에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가 있다. 백화점을 지나 먼 곳으로 갈때도 일단 셔틀 버스에 승차 백화점 까지 가서는 윈도우 쇼핑을 한 후 다른 방향의 버스시간에 맞추어 환승해서 갈 수가 있다. 그러니 버스업자와의 사이에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셔틀버스라는 명칭은 아마도 셔틀카에서 원용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셔틀카는 터널이나 광산 갱도의 굴진 혹은 채탄 작업때 굴삭된 광석 따위를 실어 나르는 운반차로 막장에서 입구까지만 왕복을 반복할 뿐이다. 셔틀은 원래 직물을 짤때 쉴새없이 실의 틈사이를 오가는 실꾸리로 우리말로 북이요 방추라고도 한다. 우주 왕복선도 영어로는 스페이스 셔틀이다. 그러니까 셔틀이란 이름붙임도 백화점에서 어느 행선지까지만을 왕복할 뿐이라는 데서 연유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셔틀버스 운행을 놓고 이번에는 백화점과 영세상인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셔틀버스 금지입법화를 놓고 서로간의 서명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할만하다.